▲ 최성길 경주선관위 계장
"자, 이제부터 우리들의 이별에도 준비가 필요하지. 그럴 리 없어. 내 사랑만큼은 특별하다 생각하면 오산~~~" 콘서트의 황제로 불리는 이승환이라는 가수가 부른 '이별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라는, 다소 유치한 노래의 첫 소절이다.

문득 라디오를 통해 이 노래를 접하게 되면서 앞으로 직면할 수 있는 상황을 염두에 두고 미리 준비태세를 갖추어야 하는 것은 비단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할 때에 국한되는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조합장선거에서 만약 특정 후보자나 그 측근으로부터 돈이나 향응을 제공받게 된다면 조합원들이 과연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하는지 현실적인 행동 매뉴얼을 머릿속으로 미리 그려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유권자가 가장 먼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조심스럽게 '거절'을 하는 것이다. 그것이 금품인 경우 "이러지 않아도 당신에게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으니 괜찮다"라고 우회적으로 말하면서 돌려주는 방법, 식사를 제공받는 경우 그 자리에 나름의 핑계를 대고 참석하지 않거나 내가 먹은 밥값만큼을 스스로 부담하는 방법 등으로 회피하는 것이 가장 좋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후보자측에서 제공하는 것을 거절하면 "저 사람은 내 편이 아니구나"라는 오해를 낳을 수 있고, 좁은 지역에서 잘 알고 지내온 사람과의 안면 때문에 받지 않을 수 없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또한 식사모임의 경우 처음에는 선거와 관련된 자리인 줄 모르고 참석하는 사례가 더 많을 뿐더러 식대를 갹출하는 것도 농촌정서에 그리 부합하는 방법은 아니다.

그럴 때에는 '침묵'이 아닌 '신고'를 플랜-B로 선택할 것을 적극 권하고 싶다. 물론 지역사회에서 남의 잘못을 알린다는 것이 얼마나 곤란한 일인지는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남보다 나를 지키는 일이 더 우선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내가 과태료를 받지 않기 위해서, 나 같은 피해자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마냥 침묵하는 것만으로는 구원을 얻을 수 없다.

제공받은 금액 또는 음식물을 선거관리위원회에 반환하고 자수한 사람은 과태료가 면제 또는 감경될 수 있으며, 최고 1억원의 포상금도 받을 수 있다. 또한, 신고·제보자의 신원이 노출되지 않도록 법에 따라 보호받을 수 있다. 그러나 신고하지 않는다면, 언제 처벌받을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찜찜함을 계속 안고 살아가야 할 것이다.

'공명선거'라는 거창한 목표를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좋다. 나 자신을 지킨다는 현실적인 마음으로 선거관리위원회의 문을 두들겨 보자. 선거관리위원회와 법은 선량한 유권자를 지킬 수 있는 준비태세를 이미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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