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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학기 맞은 어린이집 정원 미달 수두룩

시사기획- 상담전화 조차 크게 줄고 단 1명도 모집 못한 곳 있어

하경미 기자 jingmei@kyongbuk.co.kr 등록일 2015년03월06일 10시27분  
어린이집이 지난 2일 일제히 새학기를 시작, 신입 원아를 맞았다.
하지만 지난해 9월 누리과정 예산 논란은 물론 인천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원아 폭행 사건까지 겹치면서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
반면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처럼 그 동안 무관심했던 보육교사 처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물론 자성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며 전화위복(轉禍爲福)의 기회로 만들어 나가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원아상담조차 멈춰버린 어린이집

19여년 동안 포항에서 민간어린이집을 운영해 온 A 원장은 IMF 금융위기는 지금의 답답한 현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손사래를 쳤다.

A 원장은 "보통 원아모집 시기인 10월~다음해 2월까지 상담을 받는데 대폭 줄었다"면서 "다른 어린이집은 아예 상담전화를 받지 못한 곳도 적지 않다"고 울분을 토로했다.

올해 지역 어린이집 대다수가 정원 미달이거나 단 1명의 원아조차 받지 못하는 등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출산이 줄어든 것이 근본 원인이지만 지난해 터진 인천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네 살배기 원아 폭행 사건과 함께 같은해 9월 발생한 누리과정 예산 문제와 맞물린 것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포항 B 가정어린이집은 지난해 만 0세 원아가 3명이었지만 올해는 단 1명도 받지 못했다.

C 민간어린이집도 2015년 만 1세 원아는 2명으로 지난해 14명보다 12명이, 만 2세의 경우 16명으로 전년에 비해 11명이나 각각 줄었다.

이 가운데 만 2세는 원래 18명이 예정돼 있었지만 4명의 원아가 입학을 며칠 앞두고 돌연 다니던 가정어린이집의 요청을 거절하지 못하는 등으로 취소됐다.

특히 아이사랑보육포털에 따르면 지역 가정어린이집 344곳 중 35곳(10.1%)이 원아를 단 1명도 모집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통 어린이집의 정상화를 위해 정원대비 원아모집된 인원이 평균 70% 이상이어야 하나 현재 대부분 이에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5일 현재 지역 어린이집 1곳이 폐원했으며 지난해 이미 폐원과 휴원을 각각 43곳과 14곳 한 데다 사회복지비 정산 등에 따라 이번달 말께 휴·폐원이 더 늘어날 것으로 포항시는 보고 있다.

더욱이 문제는 보통 만 2세 이후 부터 민간어린이집으로 원아를 보냈던 가정어린이집이 신입 원아가 줄어들자 계속 다니도록 유도하는 등 어린이집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시 관계자는 "어린이집 원장을 만나보면 올해 정원 미달인 곳이 수두룩하다"며 "날이 따뜻해지면 원아가 오지 않을까 일단 기다려보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설자리가 좁아진 보육교사

어린이집이 원아 정원 미달 사태를 빚자 보육교사에게 불똥이 튀고 있다.

계속되는 보육교사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에 따른 회의감과 스트레스로 자발적으로 이직을 선택한 반면 정원 미달에 따른 경영상 어려움으로 보육교사를 내보내는 어린이집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A 민간어린이집은 만 1세와 2세 원아가 미달돼 교사를 줄인 뒤 다른 연령대를 맡기면서 보육교사 9명 중 1명을 내보냈다.

B 가정어린이집의 경우 지난해 보육교사 1명이 만 0세 원아 3명을 맡았는데 올해 단 1명도 원아가 들어오지 않아 적자가 예상되지만 다음달 말까지 기다려본 뒤 교사의 거취를 결정하기로 했다.

더욱이 이번달부터 초과보육이 금지된 국공립·직장어린이집과 달리, 다음달까지 초과보육이 가능한 민간·가정·부모협동 어린이집 등도 오는 5월부터 교사 대 아동비율을 맞춰 운영해야 한다.

하지만 원아가 정원에 못미쳐 있던 보육교사를 내보내는 현실에서 새로운 교사를 채용하는 어린이집은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B 가정어린이집 원장은 "3, 4월까지 기다려보고 모집되지 않으면 어쩔수 없이 내보낼 수 밖에 없다"면서 "주변 어린이집도 사정은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어린이집이 올해 가장 큰 위기에 놓였지만 보육교사를 중심으로 다양한 시도를 통해 위기를 극복하려는 의지가 높아지고 있다.

A 민간어린이집의 경우 다음달부터 부모를 초청해 직접 급식도우미 역할을 해보면서 보육교사의 어려움을 몸소 느낄 수 있도록 하는 한편, 부모와 교사 모두를 위한 교육을 주기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특히 부모와 교사를 위한 교육은 아이들은 연령에 따라 발달 정도와 단계가 다른데 이를 이해하지 못해 발생하는 오해가 적지 않아 교사 뿐 아니라 부모 역시 제대로 알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어린이집 운영위원회를 활성화해 부모와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확대하고 함께 고민을 해결해 나가도록 활동을 강화시킨다.

이에 따라 부모와 교사 모두를 위한 교육 뿐 아니라 운영위원회 활동 강화 등 대책 마련에 대한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안은희 포항시어린이집연합회 회장은 "어린이집 운영에 최고로 어려운 시기인 것은 사실"이라며 "다른 한편으로 보육교사 처우 등의 관심역시 높아져 좋은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포항시육아종합지원센터 등을 활용, 부모와 교사가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할 수 있는 여러 교육 프로그램을 넓혀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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