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기획] 선린대·포항대·위덕대 간호과 신입생 10% 차지

▲ 지난 11일 세명기독병원 중환자실에서 문정욱(왼쪽)·김성현 간호사가 환자를 돌보고 있다.
▲ 지난 11일 선린대학교 나이팅게일상 앞에서 '남자 간호사 대학생을 대표하는 모임(이하 남간대)' 의 동아리 학생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여성의 영역이라고 불리던 간호사나 유치원 교사 등의 직종에 남성의 진입이 활발해지고 있다.

특히 1962년 우리나라 최초로 탄생한 남자 간호사는 53년의 역사를 자랑하며 1만 명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병원 밖 선택의 길도 다양해 남자 간호사를 꿈꾸는 '미스터 나이팅게일'은 계속 배출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대학 간호·간호학과에 부는 남풍(男風)

2010년 지방대학 간호학과를 졸업한 뒤 세명기독병원 응급실에서 6년 동안 근무 중인 이모(31)씨는 고등학교 시절 진로 선택에 고민스러웠다.

하지만 먼저 남자 간호사의 길을 걷던 선배에게 취업이 쉬운 데다 병원 뿐 아니라 다른 영역에도 진출할 수 있다는 말에 용기를 얻어 간호학과에 입학, 병원에서 보람을 느끼며 열심히 일하고 있다.

이씨는 "가족들은 병원에서 일한다는 말에 더 기뻐했다"면서 "한 군데 얽매이지 않고 여러 진로로 눈을 돌릴 기회가 많다는 것에 매력을 느꼈다"고 귀띔했다.

대학 간호·간호학과에 남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경기 침체로 취업의 문은 계속 좁아진 데다 이미 간호사로 재직 중인 친척이나 지인 권유 등으로 간호·간호학과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고등학교 시절 진로를 결정하기도 하지만 선린대 간호학과의 경우 4학년 남학생 24명 가운데 5~6명이 다른 대학에서 졸업한 뒤 재입학하거나 편입하는 등으로 모이고 있다.

선린대와 위덕대에 따르면 2014학년도 간호학과 졸업생은 202명과 27명으로 이 가운데 22명(10.8%)과 2명(7.4%)이 각각 남학생으로 나타났다.

포항대의 2014학년도 간호과 졸업생은 75명으로 이 중 10명(13.3%)으로 집계됐다.

매년 꾸준하게 총 신입생 중 평균 10% 이상의 남학생이 들어오고 있다고 학교들은 설명했다.

이처럼 남학생 수가 점차 늘어나자 일부 학교는 남학생을 위한 동아리가 만들어져 정보교환이나 친목도모 등의 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1992년에 만들어진 선린대의 '남자 간호사 대학생을 대표하는 모임(이하 남간대)'은 입학과 동시에 자동으로 동아리에 가입된다.

현재 총 123명이 동아리에서 활동 중인 남간대는 1, 2학년을 중심으로 학기 중 매주 두번 흥해경희요양병원 등 3곳을 찾아 돌아가며 봉사활동을 진행, 눈길을 끌고 있다.

설한솔(25·선린대 간호학과 4년)군은 "학년이 올라 갈수록 환자 증상에 대해 배워나가는 과정이 즐겁다"며 "간호·간호학과는 장점이 많아 계속 남자 후배들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미스터 나이팅게일을 꿈꾸는 남자 간호사

우리나라 남자 간호사의 역사는 생각보다 오래됐다.

1962년 우리나라 최초로 탄생한 남자 간호사를 시작으로 벌써 50여 년이 흘렀다.

성별에 따른 영역의 구분이 사라지면서 늘어난 남자 간호사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환자와의 접촉이 적지만 주로 체력을 요구하는 응급실을 비롯해 수술실 등에 배치됐다.

간호사가 할 수 있는 의사 업무인 소독, 드레싱 등을 하거나 여자 간호사가 하기 껄끄러운 남자 환자의 소변줄 삽입 등이 가능해 틈새 분야에도 투입되고 있다.

하지만 여성병원은 환자가 남자 간호사에 대해 거부감을 보일 뿐 아니라 대부분 병원 내에서 여전히 여성의 비율이 높다보니 적응하는 데 어려움이 적지 않다.

사정이 이렇지만 함께 일하고 부딪치다 보니 동료 의식도 강해지고 나름의 방안을 마련, 원만하게 해결하려 노력하다 보니 오랜 기간 경력을 쌓아 수도권 병원을 중심으로 한 병동을 책임지는 남자 수간호사도 나오고 있다.

지역 A 종합병원은 지난 10일 현재 전체 536명의 간호사 중 42명(7.8%)이 남자 간호사이며, 이 가운데 올해 신입 간호사 149명 가운데 20명(13.4%)에 이르는 것으로 전했다.

B 종합병원의 경우 간호사는 총 400명으로 남자 간호사는 27명(6.7%)이며, 올해 신입 간호사 78명 가운데 8명(10.2%)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남자 간호사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1990년대 IMF 금융위기로 취업이 어려워지자 '간호사는 90% 이상 취업이 보장된다'는 인식이 높아진 것이 원인으로 풀이된다.

특히 남자는 가장의 책임감과 부양의 의무감을 갖고 있다 보니 안정적인 직장에 대한 욕구도 한 몫했다.

이와 함께 간호사가 되더라도 병원 뿐 아니라 보건소나 소방공무원, 보건교사 등 자신의 경력을 바탕으로 여러 방면에 나아갈 수 있는 길이 많은 것도 원인 중 하나다.

이에 따라 대한간호협회는 지난해 남자 간호사가 7천443명으로 집계됐으며, 빠르면 1~2년 뒤 1만 명 시대를 맞을 것으로 내다봤다.

고순희 포항대 간호과 교수는 "남자들도 안정된 직장 등을 위해 간호사의 길을 걷는 일이 잦다"며 "오히려 남자 간호사를 더 선호하는 병원은 물론 환자도 많아 일하는데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남자 간호사, 그래도 미래는 밝다.

간호·간호학과는 대학 마다 간호사 국가시험에 합격하면 90% 이상은 취업에 성공한다는 말이 있다.

선린대는 2014학년도 202명의 간호학과 졸업생 가운데 89% 가량이 대부분 병원 취업에 성공했는데 이는 국가시험 보기 전으로 취업자가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위덕대도 간호학과 졸업생 27명 가운데 93% 정도 병원 등에 합격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그만큼 인기가 높다보니 전국의 대학에서 너도나도 간호·간호학과를 설립, 포화 상태에 이르는 등 문제점도 속속 나오고 있다.

특히 취업이 잘 된다는 말만 믿고 간호·간호학과에 입학했다가 어려운 교육 과정은 물론 분위기 등에 적응하지 못해 중도에 편입하거나 그만두는 일도 적지 않다.

더욱이 '간호사가 부족하다'는 말이 나오지만 이는 지방 중소도시 병원 등의 현실로, 지방 병원의 경우 간호·간호학과를 찾아 앞다퉈 채용 설명회를 갖을 뿐 아니라 워낙 간호사 이직률이 높다보니 신입 간호사의 이탈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반면 간호·간호학과 졸업생 대부분이 선호하는 수도권의 대형병원은 임금이 높거나 복지가 잘돼 있다 보니 경쟁이 치열해 설사 합격이 되더라도 수 개월 정도 기다리는 사태까지 빚어져 대조를 이루고 있다.

사정이 이렇지만 간호사는 병원 뿐 아니라 소방공무원, 간호장교, 보건교사 등 길이 다양한 데다 보건 의료인을 대상으로 하는 병원 경영이나 행정 부서에서 요직을 맡을 수 있는 기회도 있어 여전히 전망은 밝은 것으로 간호계는 내다봤다.

차경미 선린대 간호학과 교수는 "남학생은 물론 여학생도 취업만 생각하고 오면 중도에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며 "배운다는 자세로 열심히 하겠다는 의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간호·간호학과가 포화 상태지만 길이 여러 개라 당분간 전망이 밝다"며 "남자 간호사가 병원 안팎에서 경력을 차곡차곡 쌓다 보면 다양한 기회를 얻게 돼 간호계에도 점차 영향력이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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