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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자연과 조화로운 삶’

경제발전 이면의 정신적 박탈감 자연과 조화로운 삶 사는 순수의 땅 라오스에서 치유

곽성일 사회2부장 kwak@kyongbuk.co.kr 등록일 2015년03월22일 23시30분  
▲ 곽성일 사회2부장

인간이 자연과 조화로운 곳, 그곳엔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인간은 자연의 일부라는 것,이 평범한 진리를 외면한 인간의 오만함을 치유할 힘이 그곳에 있었다.

 얼마전 지인들과 라오스를 다녀왔다. 그 곳은 욕망이 멈춘 순수의 땅 이었다.그 곳에 발일 디딘 순간 마치 외계인이 된 듯했다. 왠지 모를 평화로움이 가슴 가득 스며들었다

 만일 내가 현대 문명에 대한 고민이 없었다면 문명인의 우월감에 도취해서 이들을 미개인으로 취급하며 우쭐했을지도 모를일이다. 그들에겐 가난해도 인간의 존엄을 간직한 편안한 미소가 넘쳐 흐르고 관광객을 향한 비굴한 눈빛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문명의 바쁜 시간속에 까맣게 잊었던 얼굴들이 시간과 공간의 기나긴 강을 건너 그곳에 다 모여 있었다.

 '논바닥에서 볏짚 공으로 맨발 축구를 하면서 엄마가 밥 먹을 시간이라고 소리쳐도 아랑곳 않던 철수,길 모퉁이에서 갓난 조카를 들쳐 업고 사람들과 눈만 마주쳐도 얼굴을 붉혔던 숙이 고모,술래잡기를 하면서 친구들이 자기 집으로 숨어 버렸는데도 친구들을 찾아 골목을 헤매던 순진했던 영수,언제나 게임의 룰을 익히지 못해 늘 벌칙을 받으면서도 속없이 웃던 영희,

 선생님에게 맞은 손바닥이 아파 싹싹 비벼대면서도 곧바로 뒤돌아 다시 떠들던 민수,소란한 교실 한 구석의 그 말 없던 친구....'이제 어디서도 만날 수 없을 것 같았던 착하게 생긴 얼굴들이 까맣게 그을린 채 모두 그곳에 있었다.

 여행을 출발하기에 앞서 흡사 연어가 자기가 태어난 원초로의 먼길을 떠나듯, 그런 흥분속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 들뜬 마음에 원초는 '박제된 과거'가 아니라 '잃어버린 아름다움'이라는 깨달음이 자리잡았다.

 곳곳의 불교사원과 붉은 메콩강물의 여백 속에서 세상의 다른 어느 곳보다 느리게 가는 세월을 바라보고 있었다. 느긋함은 새로움에게 잘 질문하지 않으며 낡음에 대해 회의하지도 않는다. 라오스인들은 한치의 당위나 앞선 염려도 없이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고 한다. 우리의 눈에는 보잘것 없는 것들을 보듬고 살면서도 그들은 욕망의 빈자리를 채워 넣기 위해 방황하는 사람이 없었다. 백열등 아래 고독한 얼굴로 흐느끼는 사람도 없었고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상심하지도 않았다.

 중요한 것은 행복 자체에 대한 생각이다. 한국인들은 왜 행복하지 않은가를 생각해야 한다. 유엔이 지난해 세계 행복의 날을 맞아 156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국민행복지수(GNH)에서 한국은 41위였다. GDP(국내총생산) 13위, 1인당 국민소득 29위라는 다른 부문의 등위와 대비되는 지수이다. 알다시피 우리나라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에서 자살률 1위인 불행한 나라이다.

 우리는 짧은 세월동안 '한강의 기적'과 '영일만의 기적'으로 대변되는 비약적인 경제발전으로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이제는 문명의 성장으로 '누리는 삶' 이면에 자리잡은 정신적 박탈감로 인한 '자살률 상승', '공동체 파괴', '인간성 상실' 등 사회적 고통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그 해답은 잃어버린 '자연과 조화로운 삶'을 회복하는 데 있다.

 한때 동남아를 지배했던 프랑스인들은 이렇게 말했다.
 "베트남인들은 쌀을 심는다. 캄보디아인들은 쌀이 자라는 것을 본다. 라오스인들은 쌀이 자라는 소리에 귀기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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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성일 기자

    • 곽성일 기자
  • 사회1,2부를 총괄하는 행정사회부 데스크 입니다. 포항시청과 포스텍 등을 출입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