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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코멧’.

사랑이라는 감정은 시간이 지날수록 깊어지기도 하지만 식어버리기도 한다. 때로는 롤러코스터처럼 오르락내리락하다가 끝없이 추락하기도, 또 끝없이 올라가기도 하는 속성을 지닌 것, 바로 사랑이다.

6년간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해 온 두 연인 델(저스틴 롱)과 킴벌리(에미 로섬)의 모습을 통해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되묻는다.

여느 로맨스물과 다른 점이라면 이들의 사랑을 보여주는 극의 전개 방식이다.

"이건 꿈이 아니야"를 수차례 반복하며 스스로 다잡는 델의 모습으로 시작하는 영화는 문이 열림과 동시에 꿈과 현실의 구분이 모호한 몽환적인 화면으로 과거와 현재를 끊임없이 넘나든다.

'자아도취성 인격장애'를 지닌데다 "모든 관계의 끝은 미움이나 무관심"이라고 생각해 사랑을 믿지 않는 델은 로스앤젤레스(LA)에 유성쇼를 보러 갔다가 다른 남성과 첫 데이트 중인 킴벌리에게 첫눈에 반한다.

5분 뒤에 벌어질 일을 두려워하며 현재를 즐기지 못하는 델과 달리 킴벌리는 진정한 사랑을 믿는 '현재형'이다.

운명적인 만남으로 사랑을 시작한 델과 킴벌리는 헤어지고 다시 만나 사랑을 재확인하고 또 헤어지는 등의 과정을 거친다.

델은 킴벌리의 친구 결혼식 때문에 온 파리의 호텔에서 그녀와 사소한 말다툼을 벌이다 대판 싸우기도 하고, 헤어진 뒤 기차를 타고 새 남자친구를 만나러 가는 킴벌리 앞에 우연을 가장해 나타나기도 하고, LA와 뉴욕에서의 장거리 연애 중 전화로 말다툼을 벌이다 킴벌리에게 이별을 통보하기도 한다. 그러다 잃어버린 사랑을 되찾고자 용기를 내 킴벌리를 찾아가기도 한다.

그다지 새로울 것이 없어 보이는 이들의 러브 스토리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5개의 시공간을 자유자재로 점프하면서도 이를 비교적 매끄럽게 연결한 샘 에스마일 감독의 연출력 덕분이다.

영화는 단순히 과거를 회상한다거나 시간을 되돌려 과거로 돌아가는 기존의 서사 구조를 뛰어넘는다.

각각의 시공간에서 벌어진 에피소드는 "시간을 없앨 수 있다면 좋겠다"는 킴벌리의 바람처럼 시간의 흐름에 얽매이지 않고 꿈과 기억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며 논리적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사랑이라는 감정 그 자체의 모습을 오롯이 보여준다.

한두개도 아닌 5개의 시공간을 오가다 보니 다소 헷갈릴 수 있지만 두 사람의 대화에 집중하면 시간의 흐름에 맞게 이들의 사랑 퍼즐을 맞추는 것이 그다지 어렵지는 않을 듯하다.

전형적인 구도에서 벗어난 독특한 화면 구도는 우주를 달리는 듯한 기차 장면 등 몽환적인 장면과 어우러지며 영상미를 더한다.

샘 에스마일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이다.

3월 26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91분.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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