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로 인해 공간이 살해됐다. 무시무시한 전율과 충격…"

1843년 독일의 시인 하이네는 질주하는 기차를 보고 이렇게 외쳤다. 철도가 처음 등장한 것은 1825년 영국에서의 일이다. 철도라면 그저 쉬엄쉬엄 떠나는 감성적 여행수단 쯤으로 머리에 먼저 그려지지만 철도의 등장은 당시로서는 혁명적 사건의 하나였다. 산업혁명의 원동력이 됐을 뿐 아니라 당시 유럽인의 시간과 공간의식은 물론 일상의 문화, 사회구조에 일대 변화를 가져왔다.

독일 베를린에서 태어나 뉴욕에서 이런저런 잡학관련 저술활동을 한 볼프강 쉬벨부쉬는 '철도여행의 역사'라는 책에서 철도가 처음 등장했을 때의 충격을 현실감 있게 표현하고 있다. "여행이란 공간과 시간에 대한 연속적인 경험과 감상이었는데 철도여행의 등장으로 이러한 연속성이 해체됐다. '총알처럼' 빠른 기차는 주변의 풍광을 살롱에 그림처럼 그저 스쳐지나가는 대상으로 만들어버렸다. 철도는 그 빠름으로 인간의 시간 공간을 확장시켰지만 동시에 인간과 하나였던 시간 공간개념을 무너뜨렸다"고 했다. 쉬벨부쉬가 말하는 증기기관차는 지금 보면 꾸물꾸물 기어가는 느림보에 불과했지만 당시에는 그 속도가 '총알'에 비유됐다.

뉴턴의 고전역학에서 거리는 속력에 시간을 곱한 것이다. 속력에 한계가 있는 한 거리는 시간에 비례한다. 쉬벨부쉬가 이 시대의 고속철도를 본다면 그 속도에 놀라 까무러칠지도 모른다. 속력이 시속 300㎞를 넘는 고속철은 거리를 엄청나게 단축, 공간 확대효과를 가져왔다.

오늘 포항 KTX가 개통된다. 2시간15분이면 서울에 도착할 수 있게 됐다. KTX가 포항에 들어오게 돼서 시민들의 시간과 공간의식에 큰 변화를 가져오게 됐다. 서울이 반나절 생활권에 들어온 것이다. 증기기관차의 운행으로 산업혁명이 이뤄졌듯이 KTX의 개통으로 지역민들의 일상의 문화와 사회구조에도 큰 변화를 맞게 됐다. 포항과 영덕 등 주변 지역이 사회문화적으로 큰 발전을 가져오는 계기가 되게 잘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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