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석 국회의원

▲ 이병석 국회의원
철로가 이 산하에 두 발을 딛고 있는 한 빠르거나 늦거나 상관없이 기차는 산하를 닮는다. 기차는 그 지역의 얼굴 그 자체다. 하여, 포항철도는 포항의 100년 한(恨)이 담긴 아리랑이다. 황무지에서 포항제철소를 세우며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했던 포항의 또 다른 모습이다. 그래서인가, KTX 철도아리랑 고개를 넘는 길은 첩첩산중이었다.

첫 번째 고개는 국회 국토해양위원장의 소임을 맡은 2008년 7월경에 찾아왔다. 당시, 국토해양부로부터 KTX포항~서울 직결선 관련 업무보고를 받았는데, 보고 과정에서 청천벽력(靑天霹靂)같은 소리를 들었다. KTX를 타고 서울에서 포항으로 가려면 신경주역에 도착한 KTX가 정거장을 지나 한참 전진 한 후, 운전자가 열차 뒤꽁무니 운전석까지 정신없이 달려가 기관석에 올라타고 KTX를 역방향으로 몰아 포항으로 가는 분기건넘선을 넘어서, 2018년 이후에나 운행 가능한 동해남부선 일반철도를(울산~신경주~포항) 통해 포항으로 가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던 KTX포항~서울 직결선은 포항~서울 직통선이 아닌 형식적인 KTX포항~서울 연결선에 불과했다.

53만 포항시민의 꿈이 좌절 되느냐 마느냐 하는 절체절명(絶體絶命)의 순간이었다. 난, 국토해양부에 신경주역을 거치지 않고 포항으로 바로 가는 KTX포항~서울 직통선 건설을 강력히 요구하면서 동대구에서 포항으로 논스톱으로 들어오는 별도의 철로를 놓도록 설계변경을 제안했다. 그 결과, 국토해양부가 신경주역 북쪽에서 조기 건설될 모량 근처의 동해남부선 일반철도(신경주~포항)까지 연결하는 '4㎞의 연결선'을 건설해 이번에 개통되는 KTX포항~서울 직통선을 건설하기로 했다.

그러나 바로 두 번째 고개를 만났다. 2009년 초 사업 추진방식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KTX포항~서울 직통선 사업을 타 사업처럼 신규 사업으로 시행할 경우 예비타당성조사부터 기본계획 및 실시계획 수립 등까지 많은 시일이 소요되어 2018년에나 직통선 개통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래서 조기에 추진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했다. 이에 나는 국토해양부에 기존 동대구~부산 간 경부고속철도 2단계사업에 이 부분의 예산을 포함시켜 추진하도록 요구했고, 그 결과, 2009년 11월 정부가 총사업비 변경을 승인해주어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세 번째 고개는 KTX 포항역사 신축이었다. 5개 철도노선이 모이고 지나가는 KTX 포항역사가 정부의 예산절감을 이유로 처음 설계된 포항역사보다 규모를 줄이려는 시도가 있었다. 이에 난, 국토해양부에 본래의 원형대로 건설되도록 강력히 요청했고, 2013년 10월 4일에 기능성과 실용성을 최대한 살린, 전국에서 세 번째로 큰 철도요충지의 격에 맞는 지금의 스마트한 KTX역사가 기공식을 가지게 된 것이다.

네 번째 고개는 KTX 운행시간을 단축시키는 일이었다. 2014년 6월경,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직통선연결을 위한 포항건천노선 38㎞를 시속 150㎞로 설계하고 공사를 중인 것을 알고, 그렇게 되면 고속철이 아닌 저속철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는 것을 문제 제기했다. 그래서 결국 신호장개량을 시속 150㎞에서 시속 200㎞로 고속화해 전체 운행시간을 2시간 10분대로 단축시키는 아슬한 순간이 있었다. 이러한 노력으로 KTX포항~서울 직통선은 1일 왕복 8회에서 10회 운행이 가능하게 됐다.

다섯 번째 고개는 해외로 나가는 포항시민들이 1일 1회 왕복 운행되는 KTX포항~서울~인천국제공항 직행선를 타고 바로 포항에서 해외로 나갈 수 있도록 한 일이었다.

이렇듯 우리는 KTX포항~서울 직통선이 개통되기까지 쉽지 않은 고개를 넘어서 여기까지 왔다. 그래서 KTX포항~서울 직통선은 첩첩산중 고개를 넘어 이뤄낸 철도아리랑이다.

이것이 바로, 대한민국의 당당한 중심으로 일어서고자 했던 53만 포항시민의 염원을 노래하는 포항의 철도아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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