父父子子 부부자자

▲ 윤용섭 한국국학진흥원 부원장
공자가 35세 때의 일이다. 노나라 임금이던 소공이 계손씨, 맹손씨, 손숙씨의 이른바 삼환과 싸우다 패하여 제나라로 망명을 가자 공자도 그를 따라 제나라로 갔다. 이 시절 제나라 태사로부터 순임금이 만들었다는 음악인 '소악'을 듣고 그 음악에 심취하여 석 달간 고기 맛을 몰랐다 는 이야기는 앞서 했다. 당시 제나라 임금은 경공이었는데, 상당히 영특한 인물이었고 후일 명재상으로 칭송받는 안영의 도움으로 천하의 패권을 장악해 나가고 있었다. 제경공이 어느 날 젊은 공자를 불러 정치의 도에 대하여 물었다. 공자의 답변은 참으로 간략하고도 핵심을 찔렀으니, 바로 군군신신(君君臣臣) 부부자자(父父子子), 즉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다우며, 아비는 아비답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는 것이었다. 지도자는 지도자답고 교육자는 교육자다우며 학자는 학자답고 예술인은 예술인다우며 부모는 부모답고 학생은 학생다울 때, 그 나라는 질서와 조화가 겸비된 도덕적이면서 (인적, 물적 자원의) 효율성이 높은 국가가 된다 하겠다.

서양철학에서 늘 토론의 주제가 되는 중요한 문제는 정의(正義 justice)이다. 이에 관하여 여러 가지 해석이 있지만, 가장 기본적인 정의(定義)는 '각자에게 각자의 것을' 주라는 것이다. 돌려주어야 할 각자의 몫이 과연 무엇인가에 대하여는 여러 시각이 있겠지만, 공자의 말씀과 같이 '각자 ~다울' 때, 그 개인은 물론 전체의 시각에서 보더라도 가장 아름답고 조화로운 것이다. <안연편>



一. 제나라 경공이 공자에게 정치에 관해 물었다.

齊景公問政於孔子

제경공문정어공자



二. 이에 공자께서 말씀하시길, 임금은 임금답게 신하는 신하답게, 부모는 부모답게 자식은 자식답게 하는 것입니다.

孔子對曰 君君臣臣 父父子子

공자대왈 군군신신 부부자자



三. 경공이 말하길, 좋은 말씀입니다!

公曰 善哉

공왈 선재



四. 정말로 임금이 임금답지 못하고 신하가 신하답지 못하고

信如君不君 臣不臣

신여군불군 신불신



五. 부모가 부모답지 못하고 자식이 자식답지 못하다면

父不父 子不子

부불부 자불자



六. 비록 곡식이 쌓였다 한들 내 어찌 먹을 수 있겠습니까?

雖有粟 吾得而食諸

수유속 오득이식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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