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특유의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

주인공의 숨겨진 가족사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 작품은 가족의 죽음 이후 남겨진 이들이 겪어내는 일상의 아픔을 작가 특유의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낸다.

박현숙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서 '사고'라는 이름으로 묻히지 않아야 할 일들이 있다고 말한다. 그 아픔을 끌어안은 채 과거에 머물러 사는 이들과 진실을 모른 채 미래를 마주해야 할 이들 모두에게는 아직도 끝나지 않은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절대 잊혀서는 안 될 진실을 끈질기게 찾아내고 새롭게 이어나가려는 주인공의 삶의 태도가 인상적인 작품이다.

평생 '장사 쌀집'을 하며 살아온 아빠를 여름방학이 시작될 무렵 사고로 잃고 홀로 남겨진 주인공 강태산. 엄마는 위암으로 먼저 세상을 떠나고 아빠와 단둘이 살아왔던 태산은 앞길이 막막하다. 평소 아빠와 형제처럼 지내던 떡집 아저씨와 아줌마가 아들처럼 보살펴 주지만 중학생 태산에겐 이 모든 상황이 낯설고 어렵기만 하다. 설상가상으로 엄마의 먼 친척이라는 오촌 아저씨가 갑자기 나타나 태산이의 보호자 노릇을 하겠다고 나선다. 어딘지 모르게 못미더운 오촌 아저씨의 태도에 떡집 아저씨는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고 적대적인 태도로 일관한다. 오촌 아저씨의 등장으로 어른들 사이에서는 장사 쌀집과 태산이의 집까지 위험해질 거란 예측이 떠돌고, 그럴수록 태산은 더욱 아빠가 그립다.

어느 날 우연히 아빠가 유언처럼 사진 한 장을 남겨두었다는 것을 알게 된 태산은 사진 속 '해리 미용실'을 찾아서 무작정 부산으로 가기로 결심한다. 태산이의 절친 기형은 이 사실을 알고 부산까지 태산을 쫓아가고, 둘은 그곳에서 뜻하지 않은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아빠의 비밀을 알게 될 거라 기대하고 찾아간 해리 미용실에는 또 다른 아픔을 안고 과거에 얽매여 살아가는 한 남자가 있었다. 기억과 함께 멈춰진 시간 속에 갇혀버린 미용실 주인 남자를 만났지만 아빠와 어떤 관계인지는 도저히 알 길이 없고, 오히려 상황은 미궁으로 빠져든다. 답답한 마음에 담임선생님의 권유로 '손으로 말해요' 동아리 엠티에 참석하게 된 태산은 그곳에서 만난 한 변호사의 이야기를 통해 우연히 사건의 실마리를 찾게 되는데….

과연 해리 미용실의 남자 주인은 누구일까? 왜 아빠는 "해리 미용실을 찾아가라"는 한마디만 남기고 세상을 떠났을까? '아빠의 죽음'이라는 가슴 아픈 사건으로 시작한 이 이야기는 사진 한 장으로 인해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흥미진진한 추리로 이어진다.

세상에 홀로 남겨진 강태산과 과거의 아픔을 끌어안고 살아가는 해리 미용실 주인 남자의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는 무엇일까? 누군가에게는 살아갈 이유가 되고 용기를 줄 수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는 작가의 진솔한 목소리가 작품 곳곳에 담겨 있다.
남현정 기자
남현정 기자 nhj@kyongbuk.com

사회 2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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