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 불행·고통의 시간 아닌 행복한 힐링의 시간 돼야 모두가 행복의 길을 걸었으면…

▲ 허원 세명기독병원 뇌신경센터 신경외과전문의

며칠 전 출근길 라디오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들었다.

'철학자이자 인도의 정신적 지도자였던 마하트마 간디(Mahatma Gandhi)는 비폭력 평화주의자였습니다. 그렇기에 그는 인도의 평화를 위해 폭력적 방법의 사용을 주장하는 사람들로부터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들에게 간디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습니다. 평화로 가는 길은 없다. 평화가 길이다. (There is no path to peace. Peace is the path.) 이 말은 우리의 현재 고단한 삶을 되돌아보고 생각하게 합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말하고 싶습니다. 행복으로 가는 길은 없다. 행복이 길이다. 여러분 오늘도 우리 모두 행복합시다.'

그렇다. 대한민국의 많은 사람들이 미래의 행복한 삶을 위해 현재 행복하지 않은 삶을 살고 있다. 언젠가부터 힘든 일상이 당연시 되었고, 명확하게 정의 되지도 않은 미래의 행복한 삶을 위한 현재의 불행이 당위성을 얻게 된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학생들은 배움의 즐거움을 잊은 채 단지 성적 향상을 위해, 청년들은 자신의 꿈은 잊은 채 스펙 향상을 위해, 그리고 어른들은 자신의 존귀한 시간들을 잊고 가족의 미래 행복을 위해 모두가 소모적인 삶을 살고 있다.

'이제껏 고생만 한 불쌍한 사람!' 사고나 뇌졸중으로 인하여 뇌손상이 심한 환자나 의식 상태가 나쁜 환자가 중환자실로 입원하게 되면, 환자의 배우자 또는 가족들의 이와 같은 절규를 종종 듣게 된다. 이는 지금까지 힘들게만 살아온 배우자 또는 부모님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의 표현일 것이다.

행복으로 가는 길은 없다. 행복이 길이여야만 한다.

명확히 정의 내릴 수도 없는 미래의 행복을 위해 현재의 행복을 포기하는 것은 무의미하고 지극히 소모적인 것이다. 우리사회가 부모의 희생을 전제로 해야 자식의 행복이 조금이나마 보장되는 사회라고 한다면, 부모가 희생하여 행복한 자식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행복을 말하려니 환자에 대한 병원과 의사의 역할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병원은 환자들이 그들 각자의 행복으로부터 동떨어져 고통스러운 치료를 받아야 하는 와신상담의 공간이 아니다. 여전히 행복의 길에서 머무는 장소만 바뀐 것이어야 한다. 그러기에 병원에서의 치료도 미래의 행복을 위해 담보되어야하는 불행과 고통의 시간이 아닌, 여전히 행복한 힐링의 시간이 되어야한다. 전공의 시절, 환자가 가지고 있는 질환에만 초점을 맞추어 그의 삶을 바라보지 못하는 우매한 의사가 되는 것을 경계하라고 강조하시던 스승님의 가르침이 떠오른다. 환자도 여전히 행복할 권리가 있고, 자신이 행복하게 살아왔다면 아플 때 그것만으로도 행복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 모두가 '내가 행복하면 내 주변의 다른 사람도 행복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행복의 길을 걸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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