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지역에서 경찰견이 실종신고 7시간여 만에 찾아 유서서 "어머니 묘소에 묻어 달라"…검찰, 수사 중단키로

▲ 자원외교 비리 의혹에 연루돼 사전 구속영장이 청구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사망한 9일 오후 김진태 검찰총장이 외부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건물을 나서고 있다. 연합
자원외교 비리 의혹에 연루돼 사전 구속영장이 청구된 성완종(64) 전 경남기업 회장이 영장 실질심사 당일인 9일 유서를 쓰고 잠적한 후 숨진 채 발견됐다.

이에 따라 검찰이 의욕적으로 시작한 자원외교 관련 비리 수사에도 상당한 차질이 예상된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32분께 북한산 형제봉 매표소에서 등산로를 따라 300m 떨어진 지점에서 산속으로 30m 더 들어간 곳에서 성 전 회장이 나무에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경찰 증거채취견이 발견했다.

증거채취견 '나로'가 가족이 제공한 성 전 회장 의복의 냄새를 맡은 뒤 성 전 회장이 평소 자주 다니는 곳으로 알려진 형제봉 등산로에 투입돼 수색한 끝에 성 전 회장을 찾았다.

성 전 회장이 발견된 곳에서 10여m 떨어진 지점과 그의 상의 주머니에서 휴대전화 2대가 각각 발견되기도 했다.

앞서 폐쇄회로(CC)TV 확인 결과 성 전 회장은 이날 오전 5시11분께 검은색 패딩점퍼와 검은색 바지 차림으로 강남구 청담동 자택을 나가 택시를 타고 종로 일대에 내린 뒤 자취를 감췄다.

오전 8시6분께 자택에서 성 전 회장이 없는 것을 확인한 운전기사가 112에 가출 신고를 했고, 재차 아들이 오전 8시12분께 청담파출소에서 신고했다.

성 전 회장이 혼자 살아온 자택에서 발견된 유서에는 '서산에 있는 어머니 묘소에 묻어 달라'는 내용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 전 회장은 2006∼2013년 5월 회사 재무상태를 속여 해외 자원개발 사업에 지원되는 정부융자금과 금융권 대출 800억여원을 받아내고 관계사들과의 거래대금 조작 등을 통해 250억원가량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횡령)로 사전 구속영장이 청구된 상태였다.

영장 실질심사는 이날 오전 10시30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검찰은 성 전 회장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후 자원외교 비리 의혹 수사를 지휘하는 서울중앙지검 3차장 검사를 통해 "불행한 일이 발생해 안타깝다"면서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족에게 조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자원외교 비리 의혹 사건 중 성 전 회장과 관련된 부분에 대한 수사를 사실상 중단하기로 했다. 경남기업 측이 광물자원공사 등 자원공기업과 금융당국, 정치권 등에 로비를 했다는 의혹 등은 더이상 수사가 진전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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