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팔팔한데…임창용과 야구 오래 하고파" 한국 프로야구 포수 최고령 출전 대기록 눈앞

▲ 지난달 31일 통산 200세이브를 달성한 임창용과 축하해주는 진갑용(왼쪽). 연합
삼성 라이온즈 포수 진갑용(41)이 한국 프로야구 포수 최고령 출전 기록을 눈앞에 뒀다.

8일 대구구장에서 만난 진갑용은 "최고령 기록 얘기가 나오면서 동갑내기 친구들이 '야, 우리 아직 팔팔한데 왜 자꾸 최고령이란 말이 나오나'라고 나에게 항의한다. 아직 '팔팔한' 나에게 최고령 기록 얘긴 하지 말아달라"고 손을 내저으면서도 "내가 생각해도 지금까지 선수생활을 하는 건 정말 행복한 일"이라고 웃었다.

1974년 5월 8일에 태어난 진갑용은 4월 13일 이후 포수 마스크를 쓰면 박경완(44) SK 와이번스 육성총괄이 보유한 한국 프로야구 포수 최고령 기록(40세 11개월 5일)을 넘어선다.

류중일(52) 삼성 감독은 올 시즌 베테랑 포수 진갑용을 일주일에 한두 차례 선발 포수로 기용하고, 마무리 임창용(39)이 등판할 때 '마무리 포수'로 쓴다.

기록 달성은 시간문제인 셈이다.

진갑용은 "나도 은퇴 고비가 있었다"고 곱씹으며 "지난해 한국시리즈가 선수 생명 연장의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2013년 시즌 종료 후 삼성 구단과 진갑용은 은퇴 여부에 대해 상의했다. 진갑용이 "현역으로 더 뛰고 싶다"고 요청하고 현장에서도 "진갑용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나타내 진갑용은 2012년 연봉 4억원에서 1억5천만원이 삭감된 2억5천만원에 사인하며 현역 생활을 연장했다.

2014시즌 중에도 또 한 차례 고비가 찾아왔다. 진갑용은 지난해 4월 오른 팔꿈치 뼛조각 제거수술을 받았고, 5개월 동안 재활에 몰두했다.

강한 의지로 재활을 마치고, 10월 1일 1군에 등장한 진갑용은 정규시즌 11경기에 나섰고 특유의 안정감 있는 투수 리드를 선보였다.

타석에서도 17타수 7안타(타율 0.417) 4타점을 올리며 활약했다. 류중일 감독은 진갑용을 한국시리즈 엔트리(27명)에 포함하며 베테랑 포수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다.

그리고 진갑용은 그해 11월 11일, 마무리 임창용과 호흡을 맞춰 삼성의 우승을 확정하는 '사인'을 냈다.

진갑용은 "나와 창용이의 나이를 합하면 80이 넘는다"고 껄껄 웃다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할 때도 그렇고, 올해 정규시즌에서 창용이와 승리를 합작할 때는 감회가 새롭다. 창용이가 삼성으로 와 많은 이닝을 던지는 마무리를 하다 수술을 받고, 일본과 미국에서 6시즌을 뛰다 돌아와 다시 던지는 역사를 내가 현역 포수로 보고 있지 않은가"라고 감회에 젖었다.

임창용뿐 아니라 삼성의 많은 투수, 한국 국가대표로 나선 에이스 투수들이 진갑용과 함께 역사를 만들어냈다.

진갑용은 "지금 일본에서 뛰는 오승환(한신 타이거스), 국제대회에서 공을 받아 본 류현진(로스앤젤레스 다저스) 등 생각나는 투수가 많다"며 "그런 투수들의 공을 받아본 것도 잊을 수 없는 영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가 가장 고마워하는 이는 백업 포수들이다.

진갑용은 "현재윤, 이정식, 채상병 등 후배 포수들 덕에 내가 무리하지 않고 이 나이까지 뛸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이어 "지금 삼성 포수로 뛰는 이지영, 이흥련도 좋은 포수다. 이제는 그들이 주전"이라고 후배들에게 힘을 실어줬다.

은퇴 갈림길에 섰을 때 진갑용은 미국·일본 야구 연수를 계획했다.

그는 "지금도 은퇴를 하면 미국과 일본에서 야구공부를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야구 연수를 시작할 시점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팀과 투수들, 그리고 팬이 아직 포수 진갑용을 필요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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