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들, 생산물량·일자리 감소 일·학습병행제 조기정착으로 구직자들에 봄이 빨리 오길

▲ 정동근 한국폴리텍대학 구미캠퍼스 교수
청년실업이 사회문제가 된 지 벌써 오래 됐으나 해법은 잘 나오지 않고 있다.

산업화시대(1961~1990년)에는 이곳저곳에 공장을 짓고 해외에서 주문받은 상품을 대량생산해 내기만 하면 됐는데, 늘어나는 주문량을 소화하지 못해 일자리는 넘치고 구직자는 회사를 골라가며 취업할 수 있는 구직자 우위 시장이었다. 바빠서 힘들긴 했지만 신바람 나던 시절이었다.

1987년 6월 민주항쟁 이후 봇물처럼 터져 나온 노동조합의 임금인상 요구와 대규모 파업은 지속적 인건비 상승의 도화선이 되어 저임금을 기반으로 했던 우리나라 산업의 대외경쟁력 약화로 이어졌고 섬유, 신발을 시작으로 가전, 조선 등 각 산업분야에서 점차 후진국에게 시장을 빼앗기는 결과를 가져왔다.

정보화시대(1991~2010년)를 맞아 일본 등에 뒤져 있던 전자, 철강, 자동차 등의 기술자립을 외치며 R&D와 신제품개발에 사력을 다한 결과 반도체, LCD, OLED 등 여러 분야에서 일본을 제치고 1등 제품을 만들어 세계시장을 장악하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산업화에는 뒤졌지만 정보화에는 앞서자고 했던 국가적 목표를 실현하고 보니 위대한 대한민국의 저력을 새삼 느끼게 된다.

하지만 인터넷으로 연결된 정보화 사회의 도래는 세계를 실시간의 단일무한경쟁시장으로 변모시켰고, 자동화와 로봇기술의 발달은 고용 없는 성장추구와 일자리 감소를 가져와 청년실업을 심화시키고 있다.

한때 제조업 포기와 이공계 기피로 기술패권 유지마저 염려하던 미국은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기술혁신을 거듭해 2007년 1월 애플사의 아이폰 출시 등 스마트산업을 개척했다.

창조화시대(2011~ )에는 끈기와 정성, 기회추구 능력을 가진 불특정 다수의 창조인력이 지배하는 시대가 되고 있다.

혁신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로, 일반휴대폰 시장점유율 1위였던 노키아가 현실에 안주한 나머지 몰락한 반면, 2위였던 삼성은 스마트폰 진출에 사활을 걸어 애플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경쟁하는 혁신업체로 거듭났음을 볼 수 있다.

이제는 모든 기업들이 자기분야에서 창발적인 아이디어로 혁신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시대에 살고 있다. 세계 1류 상품을 만들거나 1류 상품에 들어가는 부품이나 제조설비를 만들어야만 한다.

일자리 창출이야말로 국민개인의 경제생활을 가능하게 해주는 최대의 복지이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다. 기업들이 값싼 인건비와 관세장벽우회를 위해 국내생산을 줄이고 해외공장생산을 늘리다보니 2차, 3차 협력업체들마저 생산물량이 줄고 일자리가 감소하는 상황이다.

정부에서는 줄어든 청년채용의 문을 넓히고자 지난해 독일, 스위스의 도제식 직업훈련제도를 벤치마킹해 한국형 일학습병행제를 도입했다. 중견, 중소기업들이 젊은이들을 학습근로자로 뽑아 그 기업 직무에 정통한 기술자로 육성해 세계시장을 무대로 경쟁할 수 있도록 관련 예산을 지원하는 제도이다.

한국폴리텍대학에서도 일학습병행 프로그램 개발, 듀얼공동훈련센터 설치, 도제식 직업학교 지원센터 운영 등 일학습병행제의 조기정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산수유, 개나리가 노란 옷을 입어 봄을 알리고 있다. 구직자들의 마음에도 빨리 봄이 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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