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 본인 필적 확인…우선 규명사안 선별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정치권 금품 제공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13일 기존 경남기업 비리 수사팀으로부터 자료 일체를 넘겨받고 공식 수사활동에 돌입했다.

문무일 검사장은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민적 의혹이 집중된 이번 사건에 대해 결연한 의지를 갖고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도록 진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 검사장은 "어떤 예외도 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히 수사할 테니 지켜봐 달라"고 덧붙였다.

특별수사팀은 기존에 자원외교 의혹 사건의 하나로 경남기업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로부터 관련 수사자료를 이날 넘겨받았다.

여기에는 성 전 회장의 휴대전화 통화 내역과 경남기업 압수수색 자료, 비자금 조성 내역 등을 추적한 계좌추적 자료 등이 포함된다.

특별수사팀은 성 전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을 당시 소지하던 휴대전화 2대에 대한 디지털 증거 분석 작업 결과도 대검으로부터 제출받아 검토하고 있다. 성 전 회장의 금품 제공 정황이 담긴 메모('성완종 리스트')에 대한 필적감정도 대체로 마무리됐다. 문 검사장은 "(필적)감정 결과가 상당히 신빙성 있다고 들었다"고 말해 성완종 리스트가 성 전 회장 본인 작성의 메모인 것으로 파악됐다.

특별수사팀은 문 검사장과 부팀장인 구본선 대구지검 서부지청장, 김석우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장, 특수3부 소속 검사 6명과, 특수1부 소속 검사 1명 등 10명의 검사로 꾸려졌다.

특별수사팀은 메모와 성 전 회장의 경향신문 인터뷰 내용 등에 담긴 의혹 내용과 관련 공소시효, 적용 법리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수사범위와 대상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문 검사장은 "최대한 검토는 빨리 마치고 본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메모에 없는 다른 인물 등을 대상으로도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수사 대상과 범위를 한정하지 않고 있으며 오직 바른 길로만 수사하겠다"고 답했다.

다만 경남기업 분식회계 사건 등 기존의 특수1부 수사 대상 중 정치권 금품제공 의혹과 무관한 사안은 특수1부가 사건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검찰은 성 전 회장이 한나라당 당 대표 경선과 대선 기간인 2011년∼2012년에 유력 정치인 4명에게 8억원을 건넸다는 의혹의 실체를 우선 규명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공소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성 전 회장이 2011년 홍준표 경남도지사에게 한나라당 전당대회 당 대표 경선 자금으로 1억원을, 2012년 새누리당 조직 총괄본부장이었던 홍문종 의원에게 대선 자금으로 2억원을 줬다고 주장한 내용 등은 공소시효가 3년 이상 남아 있다.

성 전 회장의 메모에 이름 내지 직함, 액수 정도만 기재돼 있는 유정복 인천시장과 서병수 부산시장 등도 2012년 대선 캠프에서 실무를 맡았다는 점에서 메모의 내용('유정복 3억·부산시장 2억')은 공소시효가 남은 대선자금 지원 의혹과 결부될 공산이 커 보인다.

따라서 홍 지사와 홍 의원, 유·서 시장 등 4명에게 8억원을 건넸다는 의혹이 검찰이 먼저 실체를 규명할 대상으로 꼽힌다. 이 중 홍 지사 측과 관련된 1억원을 제외한 7억원은 대선자금과 관련된 금품거래 의혹 금액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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