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화두는 기업유치 규제완화·행정혁신으로 기업이 원하는 정책 절실

▲ 이한웅 PR스토리 상상 대표
요즘 대한민국 모든 자치단체의 화두는 '기업유치'다.

외지기업을 유치해 일자리도 창출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 시키겠다는 전략이다. 기업이 들어오면 사람과 돈이 함께 들어올 뿐만 아니라 경제도 잘 돌아가니 일석이조다. 그러나 치밀한 전략과 준비가 없는 유치(誘致)전은 자칫 '유치(幼稚)한' 눈가림일 수도 있다.

냉정히 생각해보자. 대부분의 자치단체가 기업유치에 올인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이 새로 창업하지 않는 한 다른 지역 기업이 우리지역에 오고 그 사이에 더 큰 규모의 지역 향토기업은 밤사이에 멀리 수도권으로 달아난다. 결국 아랫돌을 빼서 윗돌을 괴고 윗돌을 빼서 아랫돌을 괴다 보면 제로섬 게임 (zero-sum game) 이 된다.

그럴 바에는 지역에서 많은 기업이 창업하도록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잘 조성하고 기존 향토기업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 현명한 정책이다.

흔히 하기 힘든 두 가지 일을 모두 해냈을 때 비로소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고 말한다. 지역에 오랫동안 뿌리를 내리고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그래서 서로 눈빛만 봐도 속내를 알 수 있는 그런 기업을 '집토끼'에 비유하고 외지업체를 '산토끼'에 비유한다.

'산토끼 모셔오기'는 포항과 구미·경주 등 경북지역 자치단체도 예외는 아니다. 그런데 요즘들어서는 분명 MOU는 빈번하게 체결하는데 산토끼가 토끼장에 들어오기는커녕 집토끼마저 산으로 줄행랑치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처럼 산토끼 유인 효과에 의문이 생기자 부산시와 전라북도 등은 산토끼보다 집토끼 지키기에 더 비중을 두고 집토끼에 A/S정책을 펴고 있다. 전북은 집토끼를 잘 보살피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전북소재 기업에 대한 지원정책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기존 기업의 민원을 해결해야만 지역경제 견인과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 서병수 부산시장도 '집토끼 육성' 을 전면에 내세웠다. 산토끼 유치로는 한계가 있어 집토끼에게 영양 풍부한 사료와 쾌적한 환경을 제공해 10㎏짜리 집토끼를 20㎏으로 성장시켜 일자리 전략을 찾겠다는 뜻.

'근자열 원자래(近者悅 遠者來)'란 말도 있다. 즉 가까이 있는 사람을 기쁘게 하면 멀리 있는 사람도 찾아온다는 말. 중국 춘추전국시대 초나라 제후 섭공은 밤새 백성들이 멀리 달아나 세금이 적게 걷히자 공자에게 물었다. "날마다 백성들이 달아나는데 천리장성을 쌓아서 막을까요?" 공자가 대답했다. "근자열 원자래"요. 공자는 '不失其親(부실기친)' 을 통해서도 내부고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가까운 사람을 잃지 말라는 뜻. 내부고객 감동없이 외부 고객을 감동시킬 수 없는 법이다.

산토끼가 집으로 들어올 때는 결코 주인(자치단체)에 물어보지 않는다. 집토끼에게 먼저 물어본다. 대접을 잘 받은 집토끼가 산토끼에게 집안 자랑을 하니, 샘이 난 산토끼는 집토끼가 부러워 그 집으로 들어온다.

산과 들에서 뛰어다니던 산토끼는 어디로 튈지도 모르고 잡기가 쉽지 않지만 집토끼는 잘 보살피기만 한다면 언제나 소중한 자산이다. 신규투자를 적극 돕는 규제완화와 행정혁신을 포함, 기업이 원하는 것에 함께 머리를 맞대는 정책이 절실하다.

'산토끼 잡으려다 집토끼 놓친다'는 두 마리 토끼의 딜레마가 주는 교훈을 4월이 가기 전에 한 번 더 곱씹어 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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