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회식 퍼포먼스 대형사고 비롯 예산 집행과정~행사업체 선정 철저한 검증 후 합당한 조치 필요

▲ 박무환 대구취재본부 부국장
"꽈당" 대통령 경호원들이 단상위로 뛰어올라갔다. "아이고!."여기저기서 탄식 소리가 터져나왔다. 초대 받은 손님들이 귀에 꽂은 리시버에는 "죄송하다"는 멘트가 연거푸 나왔다.

세계물포럼 개회식 날 정말 어처구니 없는 대형사고가 빚어진 것. 박근혜 대통령과 해외 각국 주요 정상들이 참석한 행사에서 그야말로 글로벌 망신을 그대로 당한것. 단순 해프닝으로 치부해서는 안될 충격적인 대형 사고였다.

이날 사고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첫 공식 기자회견에 등장한 베네디토브라가 세계물위원장이 어수선한 회견장 분위기 속에서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하고 헤맸다. 보다 못한 기자가 나서 위원장을 안내하는 웃지 못할 사태도 있었다. 더욱더 가관인 것은 마이크마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통역도 이뤄지지 않아 기자회견이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이때도 조직위관계자는 강건너 불구경 하듯 했다. 대구시의회의장을 비롯한 다수의 ID카드 발급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또 박 대통령은 이날 엑스코 1층 물포럼 전시관이 있는 정부관에서 '한 말씀' 하실 계획이었으나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바람에 그냥 지나쳤다고 한다.

준비 부족 사태는 개회식 다음날인 13일에도 개선되지 않았다. 엑스코 야외에 마련된 시민참여광장에 설치된 몽골텐트에 비가 안으로 스며들면서 부스와 바닥이 물에 젖기도 했다.

대구경북세계 물포럼은 지난 금요일 6일간의 대장정을 마쳤다. 수고하신 분들이 많다. 굳은 일을 마다않고 도맡아 온 자원봉사자, 출퇴근 시간도 없이 온갖 뒤치닥거리를 해온 대구경북 물포럼 지원단 등. 특히 시아버지상 중임에도 장례만 치르고 곧바로 물포럼 현장으로 달려온 여성공무원같은 숨은 이가 있었기에 행사 성공이 가능했을 것이다.

그에 비하면 서울에서 어느날 갑자기 굴러온 조직위원회는 전혀 고마움을 느낄수가 없었다. 필요하거나 궁금해서 전화하면 들려오는 건 '지금은 통화 할 수 없으니 메시지를 남겨주세요'라는 기계음 뿐이었다. 어느 행사치고 무탈하게 넘어가는게 거의 없었다. 그래도 2015 세계물포럼은 분명 성공적이었고 의미가 있었다는 평가다. 그러나 전제조건이 있다.

이번 물포럼 행사에 소요된 경비는 대략 400억여 원으로 알려졌다. 조직위 구성에서부터 예산편성에 이르기까지 대구시와 경북도는 철저히 외면당했다. 대구에 배정된 돈은 달랑 30억원뿐이었다. 어떻게 이런 준비부족하고 덜 떨어진 행사에 그 많은 예산이 투입됐는지 의아하고 한심스럽다. 조직위의 예산 집행과정에서부터 행사 업체 선정에 이르기 철저히 검증이 필요하다. 예산의 투명성과 낭비는 없었는지 감사원 차원 감사도 이뤄져야 한다. 필요하다면 고발도 이뤄져야 한다. 그에 앞서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은 시·도민들에게 조직위원회는 사과부터 해야 한다.

세월호 참사 1주년이다. 대형참사는 항상 안이하고 사소한 것에서 출발한다. 자격루 사고도 마찬가지 관점에서 봐야 한다. 대형사고를 일으키게 한 조직위원회와 행사 기획사에 대해 어물쩍 그냥 넘어가서는 안된다. 서울에 있는 행사 기획사는 전직 국회의원의 부인이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발방지를 위해서라도 책임을 묻고 합당한 조치를 반드시 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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