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0년대 초부터 40년가량 우리나라 사과의 대표적 명산지는 '대구(大邱)'였다. 대구에 사과나무가 처음 심어진 것은 1892년. 미국인 선교사 프레처가 중구 남산동 선교사사택 정원에 정원수로 심은 것이 그 시초였다. 대구 사과는 대구와 경산 등 대구권에서 생산된 사과로 한 때 '대구'하면 사과가 연상될 만큼 지역 대표특산물로 명성이 높았다. 국광과 홍옥 등은 대표적 대구 사과로 전국시장을 석권했다. 하지만 70년대 말부터 점차 생산량이 줄었다.

도시개발로 대구 근교는 물론 경산의 과수원이 크게 줄어든 데다 후지 등 다른 지역 사과에 밀려 1980년대 들어서는 명성이 현저하게 퇴조하기 시작했다. 이후 대구경북의 사과 주산지는 안동과 의성, 청송 등 경부북부지역으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대구경북에서 생산되는 사과에 붙여지던 '대구능금'이란 상표도 1980년 초 '경북능금'으로 바뀌었다. 한 때 전국 사과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던 대구사과의 영광이 끝난 것이다. 사과는 서늘한 기후에 잘 자라는 냉량성 작물로 분류되는데 지구 온난화로 기후가 상승한 것도 대구사과가 퇴조한 하나의 원인일 것이다.

2000년대 들어 국내 사과의 대표적 산지로 청송이 급부상하고 있다. 청송군이 1995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키낮은 사과원'을 만들어 고품질 사과생산 기술 보급을 한 이후 짧은 기간에 명성을 쌓았다. 품질 뿐 아니라 소비망 확대를 위한 다양한 홍보 판촉활동과 유통시설 현대화 등의 결과다. 매년 서울 청계천에서 여는 청송사과 홍보활동은 유명하다. 청송사과는 국내에서 뿐 아니라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극동러시아 등 해외 판로 개척에도 적극 나서고 있어서 국제적 명성도 쌓고 있다.

지난 16일, 청송사과가 2013년 이후 올해까지 3년 연속 '대한민국 브랜드 대상' 사과부문에 선정됐다. 한동수 청송군수는 "친환경 사과대학 운영과 고품질 사과생산 사업을 적극 지원해 국내 최고의 명품사과 생산지 명성을 이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제 대한민국 국민은 '사과' 하면 '청송'이 떠오르게 됐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