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적 제약으로 사회활동 장애 우울·불안감에도 크게 영향받아 치매·사망률 증가로 이어지기도

▲ 허 원 세명기독병원 뇌신경센터 신경외과 전문의

며칠 전 회진 길에 병원 창가에서 따스한 봄 햇살을 맞으며 창 밖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던 환자가 있었다. 그는 두달전 갑자기 의식이 나빠지고, 우측 팔, 다리의 마비가 발생하여 구급차를 타고 응급실로 실려왔고, 검사에서 급성 뇌출혈이 진단되었다. 현재는 약물치료 및 적극적인 재활치료 이후 완전하지는 않지만 스스로 걷고, 혼자서 식사를 할 수 있을 정도까지 마비 상태도 호전되어 퇴원을 예정하고 있었다. 그가 보고 있는 창 밖에는 우리들에게 너무나 익숙하여 평소에는 신경도 쓰지 않는 일상적인 모습뿐이었다. 같이 창 밖을 보다 마주친 나를 보고 반갑게 웃는 얼굴과는 달리 그의 눈에는 퇴원 후 일상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에 대한 걱정과 간절함이 담겨 있었다. 그는 현재 퇴원한 상태이다. 문득 일상으로 돌아간 그분이 뇌졸중 발생 이전처럼 친구들과 저녁식사 약속을 하고, 가족들과 함께 주말에 여행을 즐기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우리나라의 경우 뇌졸중의 발생률은 인구 10만 명 당 216명 정도로 알려져 있으며, 또한 지난 10여 년간 연평균 6.4%씩 계속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내가 생활하는 포항의 인구가 52만 명 정도임을 감안하면 매년 이 지역에만 1만1천명 가량의 뇌졸중으로 치료 받고 퇴원한 환자(뇌졸중 생존자·stroke survivor)들이 새롭게 발생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일상에서는 뇌졸중으로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을 거의 보기 어렵다. 그 분들은 모두 어디에 있을까?

2014년에 미국에서 발표된 연구결과에 의하면 뇌졸중 생존자의 경우 일반인에 비해 사회적 활동이 많이 위축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들의 활동은 사회적 활동뿐만 아니라, 가족 모임이나, 종교적인 활동 영역에서까지 줄어들어 있었고, 또한 그들의 위축은 신체적 제약뿐만 아니라 그들이 갖고 있는 우울감이나 불안감에도 크게 영향을 받고 있었다. 이러한 사회적 활동의 위축이 향후 치매의 증가나 사망률의 증가로 이어지는 점을 감안하면, 그들은 뇌졸중 후유증 자체뿐만 아니라 뇌졸중 이후의 위축된 삶이라는 새로운 질병에 고통 받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서구지역을 중심으로 뇌졸중 생존자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연구 및 그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들이 시작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러한 노력들이 의료인들 사이에서 논의되고 있다는 것은 좋은 소식이다. 이에 더하여 뇌졸중 생존자의 신체적인 제약이 더 이상 사회활동의 장애가 되지 않도록 하는 지역사회의 장애인관련 편의시설이 확충되어야 하겠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그들을 만났을 때 따뜻한 미소로 그들을 반겨줄 수 있는 우리들의 마음이다.

뇌졸중 그 이후의 삶도 살아가야 하는 소중한 시간이다. 그들이 불안감 및 걱정의 짐을 놓을 수 있도록 손을 잡아주고 배려한다면 뇌졸중 그 이후의 삶이 좀 더 나아지고 함께 더불어 사는 세상이 더 빨리 이루어지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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