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를 발표해 선풍적 인기를 끈 최영미 시인이 2012년 한 계간지에 발표한 시를 통해 국내 정치와 북한을 신랄하게 풍자했다.

시 '정치인'은 정치인들의 이중성을 비판했다. '왼손이 하는 일은 반드시 오른손이 알게 하고/언론에 보도되지 않으면, 돌 하나도 옮기지 않는 여우들'로 정치인을 그리며 '언제나 얼굴에 미소를 머금고/장애아동의 손을 잡으며,/윤기 흐르는 목소리로//고통을 말하며/너는 어쩜 그렇게 편안할 수 있니?'라고 꼬집었다.

또 시 '한국의 정치인'에서도 정치권력을 비꼬았다. '대학은 그들에게 명예박사학위를 수여하고/기업은 그들에게 후원금을 내고/교회는 그들을 위해 기도하고/병원은 그들에게 입원실을 제공하고/….'

김지하 시인은 '오적(五賊)'에서 국회의원과 재벌, 고급공무원, 장성, 장차관 등을 원숭이에 빗대 비판했다. 오적에서 국회의원을 비판한 대목에서는 "구악(舊惡)은 신악(新惡)으로! 개조(改造)닷, 부정축재는 축재부정으로!/ 근대화닷, 부정선거는 선거부정으로! 중농(重農)이닷, 빈농(貧農)은 잡농(雜農)으로!"…. 조금도 바뀌지 않는 정치 행태를 꼬집었다.

이 두 시인의 시가 우리 현대문학의 대표적 풍자시의 예일 것이다. 최근 SNS를 통해 한용운의 '님의 침묵'에 빗댄 글과 한시 형식의 정국을 풍자한 글이 급속하게 퍼지고 있다. "님은 갔습니다. 아아 회장님은 갔습니다. 뇌물 메모를 남기고 벚꽃나무 숲을 향하여 난 황천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로 시작되는 글과 "匕打熬白理 (비타오백이) 비수같은 한방이 하이얀 국무총리 볶아대어/完柩步乃奈 (완구보내내)완연한 시신으로 걸어 나가니 이를 어찌할꼬."로 끝맺는 한시 형식의 '성완종사건'을 희화한 글이다.

풍자시는 사적인 감정에 사로잡혀서는 안 되며 표현에 해학이 깃들어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예술적 품격이 있어야 한다. 김지하가 '오적'의 서두에서 쓴 것처럼 '시를 쓰되 좀스럽지'않게 써야 한다. 이들 SNS의 글이 풍자시(諷刺詩)가 되지 못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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