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부총리가 각의 주재 여론 악화로 조기퇴진 결정

▲ 박근혜 대통령이 20일 오후(현지시간) 페루 리마 쉐라톤 호텔에서 열린 한·페루 비즈니스 포럼에 앞서 정호성 비서관의 보고를 받고 있다. 연합
이완구 국무총리가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이 총리가 국무회의에 불참한 21일 오전 국무회의는 정부조직법 등에 따라 최경환 경제부총리 주재로 열려 안건을 심의·의결했고, 회의는 20분 만에 서둘러 끝났다.

국정수행 의지를 거듭해서 피력하던 이완구 총리가 20일 마지막과 21일이 시작하는 심야에 사의를 표명한 것은 더 이상 악화되는 여론을 감당하기 힘들었는데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이르면 22일 해임건의안을 제출하겠다고 공식화하며 공세의 고삐를 죈 것도 상당한 압박이 된 것으로 보인다.

당초 이 총리 거취는 박 대통령이 남미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는 27일 이후 결론을 내릴 방침이었다. 하지만 이 총리의 해명과 반박이 논란으로 비화되는 등 여론이 악화되자 조기 퇴진이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20일 오전 서울 관악을 선거사무소에서 열린 새누리당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박 대통령 귀국전 사퇴론'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 총리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간에 이 총리의 해명을 뒤엎는 주장과 의혹들이 계속 제기되면서 갈수록 여론이 악화돼 더 이상 미뤘다가는 4·29 재보선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판단 때문이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이날 최고위 논의를 통해 '선(先) 사의표명 후(後) 처리' 방안을 당의 공식 입장으로 정하고 이를 이 총리와 청와대에 전달했다.

이 총리의 사의 표명에 대한 박 대통령은 "매우 안타깝고 총리의 고뇌를 느낀다"면서 "이 일로 국정이 흔들리지 않고 국론분열과 경제살리기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내각과 비서실은 철저히 업무에 임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박 대통령은 이 총리의 사퇴 수용을 공식 표명한 셈이다.

하지만 총리를 바꾼다고 '성완종 리스트'로 촉발된 사정이 끝날 일이 아니다. 전·현직 청와대비서실장, 대선 경선과 본선 캠프 핵심 측근들이 여권 수뇌부를 차지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올해 초 문고리 측근 3인방을 감싸고 돈 신년기자회견과 연말정산세금파동으로 지지도가 급락했다가 이완구 총리후보자 인준 파동을 거치면서 지지도를 회복했지만 반전의 고삐로 부패척결 사정(司正)의 칼을 빼 들었다. 이 총리와 박 대통령의 합작품이라는게 정가의 정설이다. 그러나 첫 사정 수사에 별건수사로 사정대상에 오른 경남기업의 성완종리스트에 여권 수뇌부가 오르면서 일거에 구도가 흐트러져버렸다.

박 대통령은 이와 관련, 20일 오후(한국시간 21일 오전) "검찰은 정치개혁 차원에서 확실히 수사해 모든 것을 명백히 밝혀내 주기 바란다"고 말해 정치개혁 차원에서 정면돌파를 구상하는 듯하다. 박 대통령은 남미순방 출국 직전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이번 일을 부정부패를 확실하게 뿌리뽑는 정치개혁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한바 있다.

야당과 연루된 경우에도 성역 없이 수사한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 자원외교 비리를 수사하다 불거진 '성완종 정국'에 이 전 대통령도 심심찮은 반격에 나설 것으로 정가에서는 전망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이 20일 퇴임 후 처음으로 자신의 최대 치적으로 꼽는 4대강 사업 현장을 둘러본 것을 두고 정가 분석이 무성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의원시절 지역구인 달성군 낙동강 강정고령보를 찾은 것은 박 대통령에 대한 '선전포고'의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면초가에 몰린 박근혜 정부에 위기가 왔다. 박 대통령이 귀국 후 사정과 정치개혁에 어느 정도 범주와 강도로 나설지 주목된다.
김정모 서울취재본부장
김정모 기자 kjm@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으로 대통령실, 국회, 정당, 경제계, 중앙부처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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