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된 이현초 14회 졸업생·스승 30년째 아름다운 만남

▲ 지난 3월 28일 팔순의 스승 윤기봉 씨와 이순을 넘은 제자들이 예천읍내 한 식당에서 만나 점심을 먹고 기념촬영을 했다.
지난 3월 28일 팔순의 스승 윤기봉(보문면 미호2리) 씨와 이순(耳順)을 넘은 제자들이 예천읍내 한 식당에서 만나 토속 음식으로 상을 차린 점심을 먹었다.

이들은 오래 전 폐교된 청송군 부남면 이현초등학교에서 맺은 인연의 끈으로 이어져 있다. 이날 예천을 찾은 제자들은 모두 14명(현재 63∼64세). 윤기봉 씨가 담임을 맡았던 이현초등학교 6학년 때 제자들이다.

스승과 제자들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50여년 전 코흘리개 시절로 돌아가 추억의 꽃을 활짝 피웠다.

당시 25명이 졸업한 이현초등 14회 제자들은 매년 동기모임을 가지면서 스승인 윤기봉 씨를 모셨다.

가난 때문에 힘겹고 어렵던 시절, 용기와 희망을 주신 스승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서였다. 스승과 제자들은 벌써 30년 넘게 이런 아름다운 만남을 지속하고 있다.

이현초등 14회 동기회 손영환(63·포항시) 회장은 "스승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갖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며 "'진실하게 살고, 사회에서 꼭 필요한 사람이 되라'고 하시던 선생님 말씀이 마음 속에 남아 있다. 앞으로도 오래오래 우리 제자들과 만남을 지속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스승인 윤기봉 씨는 "아무 것도 해 준 게 없는데 이렇게 잊지 않고 찾아줘서 고맙고 미안하다"고 말했다.

제자들은 윤씨의 환갑까지 챙겼을 뿐만 아니라 매년 스승의 날에는 안부 전화를 넣고 정성이 담긴 선물을 보내드리고 있다.

이날 예천을 찾은 제자들은 보문면 미호2리 스승의 집을 찾아 미리 준비한 음식을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가진 후 늦은 오후에 귀가했다.

한편, 윤기봉 씨는 40년 교직생활을 마치고 대구에 살다가 3년 전 고향인 보문면으로 돌아왔다. 그는 삼락회, 광복회, 예천국향회 등 여러 단체에 가입해 봉사를 실천하고 있다. 재작년 7월에는 명맥이 끊어졌던 담수회 예천지회를 되살려 유학 이념의 계승과 발전에도 힘쓰고 있다.

이와 함께 어렵게 공부하거나 효를 실천하는 학생을 찾아 장학금을 주는 등 퇴직 후에도 올바른 스승의 길을 묵묵히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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