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나라 문공이 19년의 망명생활을 할 때 이부수라는 수행원이 있었다. 문공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따라다니던 이부수는 앞날도 불투명하고, 고생도 더 이상 참기 힘들었다. 이부수는 일행의 생명줄이 달린 재물을 몽땅 들고 달아났다. 그 후 문공이 왕위에 오르자 이부수가 문공을 뵙겠다고 찾아왔다. 이부수가 찾아왔다는 보고를 들은 문공은 이부수의 꼴도 보기 싫었다.

문공은 신하를 불러 이부수에게 짐의 말을 전하라고 했다. "한때나마 나를 따라다니며 고생했던 것을 생각하여 목숨만을 살려 줄테니 빨리 꺼져라" 신하로부터 문공의 말을 전해들은 이부수는 아무렇지도 않는 듯이 미소까지 띄우면서 말했다. "아마 폐하께서 머리를 감고 계신 모양이죠. 머리를 감으면 머리를 거꾸로 해야 하는데 머리가 거꾸로 되면 판단을 거꾸로 하는 법이지요. 머리를 감고 있지 않으면서 그렇게 말씀하셨다면 이상한 일입니다."신하로부터 이부수가 한 말을 전해들은 문공은 호기심이 발동, 이부수를 불러들였다.

"낯가죽도 두껍지 네놈이 무슨 낯으로 짐을 찾아왔느냐" "제가 폐하에게 죽을죄를 지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저의 가족까지도 죽음을 못 면할 죄입니다. 하지만 제가 천하에 무도한 죄인이고 도둑인 것은 천하 사람이 다 알고 있습니다. 그런 저를 용서하시고 저를 기용한 후 저를 폐하의 뒤를 따르게 하고 성내 큰 길을 한 바퀴 도십시오. 그렇게 하시면 저 같은 중죄인도 용서하고 벼슬까지 내리는 폐하의 도량을 보고 만백성의 정국에 대한 불안이 사라지면서 민심도 안정될 것입니다." 천성이 총명한 문공은 이부수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판단, 그대로 시행했다. 과연 이부수의 말대로 훌륭한 인재들의 발탁과 함께 민심도 안정되고 국정도 원활하게 돌아갔다.

수첩에 의존한 박근혜정부 인사에 대해 '인사 참사'란 비판이 이어졌다. 이 같은 인사실패를 박대통령의 '배신트라우마'와 관계 짓는 전문가도 있다. '문공과 이부수의 고사'에서 박대통령이 '배신트라우마'서 벗어나는 지혜를 터득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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