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의 공간, 내연산과 보경사’ 공동 저자…문화재에 대한 상세한 자료 구성과 해설

▲ 향토사학자 박창원


최근 포항문화원 '일월문화산책' 시리즈로 '인문학의 공간, 내연산과 보경사'가 출간됐다. 사시사철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 경북 동해안 최대 관광지이자 수많은 문화유산을 간직한 내연산과 보경사에 관한 책이다.

이 책의 공동 저자인 박창원 향토사학자를 내연산에서 만났다. 

△ 책을 쓰게 된 계기는.

지금까지 내연산과 보경사의 명성에 어울리지 않게 관련 연구서는 물론 변변한 소개 책자나 안내서조차 없었다.

이를 안타깝게 여겨 포항지역 향토사학자인 저와 김희준 대동중 교사가 나섰다. 지난 10년 간 보경사와 내연산 구석구석을 답사하며 자료를 수집하고 고증하는 한편, 중간 중간에 논문으로 발표해 온 것을 정리해 단행본으로 묶었다.

그동안 '내연산 폭포 주변 바위에 새겨진 인명 연구', '내연산 산령전마을 백계당 연구' 등의 논문을 발표했고, 김 교사도 황여일의 '유내영산록'을 역주하는가 하면, '내연산 명소와 보경사 암자의 연혁'이란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 책 안에는 어떤 내용이 담겼나.

이 책 1부 '내연산 산책'에는 내연산의 명칭과 사대부의 유산, 내연산의 경관 명소, 내연산을 다녀간 명사들, 겸재 정선과 내연산 그림, 내연산 산신 할무당 등을 실었고, 2부 '보경사 산책'에는 보경사의 창건과 가람배치, 보경사 암자의 명칭과 연혁, 보경사의 고승, 보경사의 문화유산을, 그리고 부록으로 황여일(황여일)의 '유내영산록(遊內迎山錄)'(역주)를 게재했다.

△ 책을 쓰면서 보경사의 옛 암자터를 비롯해 많은 내용들을 확인했다던데.

지금 보경사는 본사와 서운암, 청련암, 문수암, 보현암 등 4개의 암자로 구성돼 있다. 겸재 정선의 그림 '내연삼용추도'나 '청하내연산폭포도'에 보면 바위봉우리에 암자가 그려져 있고, 황여일의 '유내연산록'이나 정시한의 '산중일기'에 보면 적멸암, 계조암, 대비암, 내원암, 견상암, 백운암, 운주암, 하문수암, 동석암 등 많은 암자 이름이 나온다. 이번 작업을 통해 그러한 그림이나 문헌 속에 나오는 암자의 위치를 다 확인했다. 또한 그동안 위치가 정확하게 알려져 있지 않았던 삼동석의 위치도 확인했다.

옛 선비들이 내연산을 탐승하고 남긴 기행문에 등장하는 내연산 명소들, 이를테면 선열대, 활연문, 한산대, 습득대, 서하굴, 풍혈 같은 곳의 위치를 확인했다. 명칭의 변화 과정도 밝혀냈다. 명소에 따른 옛 선비들의 시문도 함께 실어 학술 자료로서의 가치가 크다고 본다.

특히 삼동석(三動石)의 위치를 확인한 건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손가락으로 건드리면 조금 움직이지만 두 손으로 흔들면 움직이지 않는다'고 하는 신비의 바위 삼동석이 나오는데, 그 위치가 알려져 있지 않아 모두가 궁금해 했다. 이번에 공동저자인 김 선생의 노력으로 시명리와 삼거리 사이에 있는 선바위가 삼동석임을 밝혀냈다. 이 삼동석은 대동여지도에도 나오는 귀중한 바위다.

△ 책에 담긴 내용 중 재미있는 내용이 있다면.

내연산을 다녀간 명사들과 계곡 암벽에 새겨진 약 400여개의 인명 현황이 재미있다.

대부분 연산폭포 주변, 연산구름다리 근처, 관음폭포 밑 계곡 바위면, 기타 지역 등 내연산 계곡에서도 삼용추(三龍湫) 주변에 95%이상 집중돼 있는데, 직책에 따라 글씨의 크기에도 차이를 보였다.

조선시대 내연산과 보경사를 관할하던 청하현감 201명 중 내연산 폭포 주변 바위면에 이름을 새긴 23명이 눈길을 끈다. 찰사나 중앙의 관리가 내연산을 방문할 때 수행하면서 이름을 나란히 새기는 경우가 많았는데, 현감(縣監)보다는 현재(賢宰)또는 지현사(知縣事)라는 직함을 새겼으며, 직함 없이 성명만 새긴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 중에는 민치헌(閔致憲), 겸재(謙齋) 정선(鄭敾) 등 청하현감으로 우리역사에 의미 있는 발자취를 남긴 인물도 포함된다.

특이한 것은 내연산 계곡 바위에 새겨진 400여개의 글귀 중 여성이 것이 1개 존재한다는 것이다. 관음폭포 아래 감로담(甘露潭) 왼쪽 가장자리 45°쯤 기울어진 바위 한쪽 면 구석에 '慶妓達蟾'이란 글귀가 있다. 이는 '경상도(경주) 기생 달섬'이란 뜻이다. 이 글귀는 관찰사 이광정(李光正) 바로 밑에 있는데, 경상감영(경주부)의 관기(官妓)로서 관찰사인 이광정을 따라 왔을 때 관찰사가 자기 옆에 이름을 올려 준 것으로 보인다. 당시 관리들의 내연산 탐승에 관기들이 동행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 이 외에도 보경사에서 눈여겨 볼 만한 것과 앞으로의 계획은.

보경사에는 국가지정문화재인 보물 3점을 비롯한 많은 문화재가 있는데, 이 책에서는 보경사의 문화재에 대한 상세 자료가 실려 있어 보경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또 보경사를 거쳐 간 많은 원진국사, 오암대사 같은 고승들의 이야기를 실어 재미를 더했다. 이 책이 학술서적에 가까워서 일반인들이 접하기에는 좀 어려운 점이 있다면, 앞으로 내연산과 보경사를 찾은 사람을 위한 보다 가볍고 대중적인 책을 한 권 더 만들고 싶다.

남현정 기자
남현정 기자 nhj@kyongbuk.com

사회 2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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