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원 시민정치연구소장
포항 KTX 노선 개통으로 요즘 지역 분위기가 한층 들뜬 모양새다. 고속철도와 연계한 지역관광 상품 개발 계획을 포항시를 비롯한 인근 지자체가 앞 다퉈 발표하는가 하면, 관련 업체들은 혹시나 하는 기대감에 한껏 부풀어 있다. 이달 초 완전개통 이후 포항 KTX 이용객 수가 당초 코레일측이 예상했던 수치보다 1.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편리해진 교통수단에 따른 지역 내 변화가 그저 막연한 기대가 아닌 현실로 나타날 가능성이 그 만큼 높아졌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포항시는 현재 '마이포항 주소갖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실제로 포항에 거주하고 있으면서 주소지가 타 지역으로 되어있는 이들을 대상으로 전입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포항시민으로서 자긍심을 고취시키고 지역사랑을 확산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얼마 전에 있었던 포항 KTX노선 개통 축하행사장에서 53만 포항시민의 대표인 시장이 인사말 한 마디 못한 사실에 많은 시민들은 허탈정도를 넘어 분노하고 있다. 아무리 국무총리실이 주관한 행사라 하지만 정작 축하받고 축하해야 할 시민과 시장이 오히려 소외된 것은 어떤 식으로든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또한 시청관계자들이 사전에 미리 파악해서 당당하게 시정해 줄 것을 요구조차 못한 것은 시민 대표기관의 직무유기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주인공이 되어야 할 시민들을 중앙 및 지역정치인들 생색내는 자리의 들러리 노릇을 시키고도 시민으로서 자긍심을 고취시키겠다니, 참으로 어이가 없다.

얼마 전 중소기업청이 발표한 전국 글로벌 명품시장 선정에서 죽도시장이 제외됐다. 이유인 즉, 과거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국비를 지원받은 죽도수산상인회가 정부사업 추진 과정에서 반드시 지켜야 하는 국비지원 규정을 어겼기 때문이다. 더욱이 여러 단체로 난립해 있는 시장 내 지정상인회 간의 불화 역시, 탈락 사유 중 하나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에선 동해안 최대 재래시장임을 내세워 KTX 개통과 더불어 대단위 관광객을 유치하겠다고 떠드는 동안, 다른 쪽에선 집안싸움 하느라 받아 놓은 국비조차 환수조치 당하고 명품시장 반열에도 못 드는 수모를 당하면서, 무슨 지역사랑 확산 운운할 수 있단 말인가.

지금 포스코는 창립 이래 최대 위기를 맡고 있다. 자회사인 포스코건설 비자금 조성에 관한 수사가 전 방위적으로 포스코를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포항시민의 자존심은 지금 구겨질 대로 구겨져 너덜해진 상태다. 시민들의 무너진 자존심을 다시 세우는 것이 급하다. 시민의식 함양을 목적으로 하는 시민운동이 우리지역에 너무도 절실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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