訥言敏行 눌언민행

▲ 윤용섭 한국국학진흥원 부원장
"말은 더듬거리며 느리게 하되, 행동은 재빨라야 한다." 공자가 군자의 언행에 관하여 한 말씀이다. 사람이 생활하면서 나타내는 동작은 크게 말과 행동으로 나뉜다. 이 말과 행동을 어떻게 하는 것이 군자다우냐 하면, 말은 더듬더듬 어둔하게 하되 행동은 민첩해야 한다고 한다. 약속을 빨리하고 말이 청산유수인 사람은 아무래도 믿음성이 부족하고 실천이 그만큼 따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실행이 느린 사람은 결단력이 부족하거나 게으른 성격이기 쉽고 그만큼 성공하는 일이 적다.

'중용(中庸)'이란 경전에 "말은 행동을 돌아보고 행동은 말을 돌아보라언고행 행고언(言顧行 行顧言)"는 구절이 있다. 즉, 말이란 항상 실제 행동을 생각하면서 해야 하는 것이라, 더듬거리지 않을 수 없다. 행동은 자신과의 약속 또는 다른 이와의 약속을 돌이켜보며 실천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민첩하게 완수하여야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은 이와 반대로 하고 있다. 즉, 말은 민첩하나 행동(실천)은 느린 것으로 보인다. 누구의 부탁을 받고 그 자리에서는 "걱정 마십시오. 바로 해드리겠습니다"라 하고는 차일피일 미루다가 무슨 재미있는 일이 생기면 그것부터 하자면서 또 늦추고, 그렇게 이리저리 일주일이 가고 한 달이 지나간다. 약속받은 상대방은 신용 없다고 화를 내거나 나쁜 인상을 갖게 된다.

계포의 허락, 즉 계포일락(季布一諾)이란 말이 있다. 계포는 입이 무거워 무엇이든 좀처럼 약속하지 않았는데, 했다면 반드시 약속대로 실천하였기에 얻은 명성이다. 말은 느리게 행동은 재빠르게 하라는 말씀은 천하의 명언이라 하겠다. <이인편>



子曰 공자께서 말씀하시길

一. 군자는 말은 어눌해도

君子欲訥於言

군자욕눌어언



二. 행동은 민첩하다.

而敏於行

이민어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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