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근증 새 치료법 발전으로 수술 후 자연임신에 성공 최소침습·장기보존위해 노력

▲ 김도균 포항성모병원 부인과복강경센터 과장

한달 전 서울의 모 의과대학 주최 전국 산부인과 개원의 대상 연수강좌 중 복강경 하 자궁 보존 선근증 절제술에 대한 강의를 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약 10년간의 수술 경험과 결과를 정리해 강의 준비를 했다. 준비 과정에 전세계의 자궁 보존하 선근증 치료법이 많은 발전을 했으며, 관련 발표 본문이 60여편이나 돼 선근증의 형태 및 증상에 따라 적절한 치료 방식의 정리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지금까직도 대부분의 산부인과 병원에서의 선근증의 치료는 약물치료 또는 미레니 같은 자궁 내 장치로 증상의 호전이 없을 경우 마지막 치료법은 자궁절제술이다.

근종과 달리 선근증은 정상 자궁조직과 구별이 어렵고, 100% 제거가 힘들기 때문이다.

이에 본원에서의 선근증 수술 경험과 전세계의 수술 경험들을 모아 자료를 정리하여 자궁을 제거하지 않고도 적절히 선근증을 치료할 방법들이 그동안 많이 발전하였음을 알게 됐고 이를 본원에서도 시행하고 있다. 이에 대한 내용을 모아 강의 및 수술 동영상 및 강의 후, 쉬는 시간에 마산에서 오신 여성 전문 병원 원장님께서 수술 방법에 대한 문의와 함께 제가 수술한 환자가 자연 임신을 했고 이후 제왕 절개술을 통해 분만을 했다는 매우 기쁜 소식을 전해 주셨다.

지금 생각해 보니 3년 전 막 포항 성모병원에 와서 일을 시작할 때였다. 41세의 마산에서 오신 환자분이 매우 심한 생리통과 빈혈을 호소하면서 그동안 여러 치료를 해보았으나 소용이 없고, 서울까지 가서 진료한 결과 자궁을 제거해야 한다는 설명만 들을 수 밖에 없었다며, 인터넷으로 우연히 알게 되어 혹시나 하는 마음에 왔었다는 말씀을 의심 가득한 눈으로 하던 기억이 났다.

MRI검사 결과 자궁의 전·후벽 전체를 선근증이 차지했고, 크기도 상당했다.

임신에 대한 가능성은 알 수 없다는 설명을 뒤로 하고 수술을 했다.

수술시간도 일반 선근증 환자의 2배가 소요될 정도로 힘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

이후 생리통이 없어서 행복하다는 소식을 전화로 전해 듣고 임신에 대한 얘기는 서로 하지 않고 안부를 묻던 환자였다.

가끔 생각나면 연락해볼까 하다 바쁜 일상에 잊어버리고 있으면서도, 지금까지 은근히 소식을 기다려 왔는지 모를 정도로, 비록 마산의 원장님에게 전해들은 얘기지만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 원장님께서도 이제 선근증 환자에게 무조건 자궁을 제거해야 한다는 얘기를 할 수는 없으니 수술을 보고 싶다는 말씀을 하신다. 마침 울산 그리고 마산에서 오시는 선생님들께서 보실 수 있도록 환자에게 양해를 구하고 복강경 하 자궁보존 선근증 수술을 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임신한 선근증 환자는 10명을 기록하고 있다. 특정 위치의 형태의 선근증은 수술로도 임신이 가능할 정도로 기술이 발전하고 있다.

현대 의학의 특징은 최소 침습과 장기 보존이다. 그 과정이 힘들고 생소해도 꾸준히 발전시켜 환자들이 원하는 치료를 하기 위해 도자기를 빚는 장인의 정신을 버리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해본다. 오늘은 기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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