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언짢거나 우울하면 바로 그때가 아내에게 남편의 위로가 필요한 때

▲ 윤정대 변호사
부부싸움의 스펙트럼은 다양하다. 사랑싸움에서부터 이혼소송뿐만 아니라 목숨을 걸고 하는 싸움까지 있다.

아내와 나는 부부싸움을 한 번도 하지 않은 사이는 전혀 아니다. 부부싸움을 전혀 하지 않는 부부는 뛰어난 인격의 소유자거나 아니면 한쪽이 일방적으로 뛰어난 인격자이거나 아니면 한쪽이 다른 쪽을 완전히 압도하는 그 무언가를 가지고 있거나 그것도 아니면 한쪽이 완전히 참거나 포기하는 경우일 것이다.

아내와 나는 부부싸움을 한다. 일 년에 한두 번 하는 것처럼 아주 가끔 하는 것이 아니라 주기적(?)으로 한다. 사랑싸움을 할 때도 있고 한번 안아주는 것으로 풀리는 경우도 있지만 아이들 보기 민망할 정도로 험(?)하게 싸울 때도 있다. 그러나 이혼소송을 앞두고 있는 것도 아니고 결사적으로 싸우는 것도 아니다.

부부싸움은 언제나 아내가 먼저 건다. 아내가 절대적으로 우월한 입장에서 늘 내 행동을 문제 삼는 데서 부부싸움이 시작한다. 아내는 아예 나를 각성시키듯이 일정한 기간을 두고 내 행동거지를 거론한다. 당신은 왜 다른 여자에게 친절하냐? 관심 있는 것 아니냐? 왜 집에 와서는 아내를 즐겁게 해주지 않고 일만 하느냐? 왜 나에게 먹는 것만 찾느냐? 다른 여자들 남편들은 요리도 해서 아내를 대접한다고 하는데 당신은 왜 요리를 한 번도 하지 않느냐? 왜 집에서는 피곤하다고 하면서 일찍 집에 들어오지 않느냐? 술도 못하면서 왜 술을 마시느냐? 등등이다. 그 외에도 아내가 꺼내는 싸움리스트는 다양하지만 궁극적으로 아내는 남편인 내가 아내인 자신에게 시간과 애정을 충분히 쏟지 않고 기쁘게 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는 대부분의 남자들처럼 밖에서 돈을 버는 데 신경을 쓰는데 어떻게 아내의 일에 일일이 신경을 쓰고 아내를 기쁘게 하는 데 시간을 많이 들일 수 있느냐, 남편의 노고를 좀 이해해라고 항변한다. 그러나 아내는 물러서지 않는다. 오히려 이것저것 들춰내며 남편을 꼼짝 못하게 만든다. 밖에서 일을 하고 집에 들어와 아내의 위로를 기대하던 나는 화가 나서 그만하라고 말한다. 그리고는 말을 끊는다. 더 이상 말하지 않는다. 시간이 흐른다. 한편으로는 화난 기분이 사라진다. 마음속으로 아내의 투정을 받아들인다. 남편으로부터 사랑을 더 받고 싶어 하는 마음이 아닌가. 그렇다고 금방 화를 풀 수도 없어 계속 말을 하지 않는데 아내가 툭 건드린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온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의 저자 존 그레이는 아내와의 부부싸움에서 큰 깨달음을 얻었다고 전한다. 그의 아내는 그와 싸우던 중 그에게 "당신은 다급할 때 믿을 수 없는 친구예요. 내가 다정하고 사랑스러운 아내일 때 당신은 내 곁에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 당장 저 문밖으로 걸어 나가버리니까요" 그는 자신이 아내가 행복해 하고 기분이 좋으면 아내를 사랑했지만 아내가 기분이 언짢거나 우울해하면 그것이 마치 자신을 탓하는 것인 듯해서 아내를 피하곤 했었음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나도 한때 성경에 나오는 구절처럼 '남편은 아내를 보호하고 아내는 남편을 위로해야 한다'는 말을 따랐다. 그러나 지금은 아내가 남편을 보호하고 남편은 아내를 위로해야 한다는 생각에 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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