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군 수비면 계1리 할머니 5명, 마을회관서 가족처럼 생활

▲ 마을회관에서 함께 가족처럼 산다는 수비면 계1리 황학조(85), 권명봉(98), 최무생(88) 할머니(사진 왼쪽부터).

경북지역 노인인구는 전국의 다른 지역에 비해 크게 높은 편이다. 특히 경북도 내 혼자 살고 있는 노인 수도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경북도에 따르면 지난 2011년 주민등록상 혼자 살고 있는 65세 이상 노인은 10만1천446명이었다. 2012년에는 10만3천774명으로 전년보다 2천명이 넘게 증가했다. 또 2013년에도 전년보다 1만5천여명이 급증한 11만9천227명의 노인이 가족과 떨어져 홀로 지내는 등 혼자 사는 노인의 수가 급증하고 있다.

또 지난해는 12만9천195명이 홀몸노인으로 집계돼 2013년보다도 1만명 가까이 그 수가 늘어났다. 혼자사는 노인의 수가 매년 1만명 이상씩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경북일보는 가정의 달을 맞아 노령인구가 급증하고 있는 경북지역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의 삶의 모습을 확인하는 '할매할배 삶의 현장' 밀착 취재 기사를 3회에 걸쳐 기획 보도한다.

먼저 '자녀와 따로 사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식의 변화와 부모 스스로 자녀들에게 의지해서 살기는 싫다는 의식이 확산되면서 농촌에서 혼자 살고 있는 노인들의 모습을 취재했다.


"서로 의지하고 말벗도 되어 주고 아플때면 밤새 간호도 해주는 우리는 50여년 이상을 같이 살아온 이웃이 아닌 가족입니다."

지난해 경상북도 장수마을로 선정된 영양군 수비면 계1리 마을회관에는 5명의 할머니들이 지난해 10월부터 6개월째 동거 중이다.

29일 낮 수비면 계1리 마을회관을 찾았을 때엔 가장 막내인 최경영(74) 할머니 등 2명은 농사철을 맞아 고추 심기 농사일을 나가고 권명봉(98) 할머니와 최무생(88), 황학조(85) 할머니 세 분이 도란도란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었다.

가장 맏언니인 권명봉 할머니는 "사별한지 17년이 된데다 지병인 당뇨병이 심해 마음대로 거동조차 힘들어 이러다 혼자 죽을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지난해부터 처지가 비슷한 이웃들끼리 모여 살면서 이야기도 주고받고 음식도 같이 해 먹고 하니깐 시간도 잘 가고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며 "타지에 사는 아들마저 당뇨가 와서 일을 못하고 형편이 어려워 명절 때도 혼자 지낸 적도 많아 적적했는데 동네 청년회랑 부녀회에서 간식거리도 사주고 매일 자식들처럼 찾아와 안부도 묻고 하니 이웃이 아니라 자식 같다"고 말했다.

동네 심부름부터 음식 만들기까지 노인정의 모든 일을 도맡아 한다는 최무생(88) 할머니는 "사라 태풍 때 산사태로 집이고 남편이고 모두 잃고 어렵게 1남 4녀를 홀로 키워 출가 시키고 혼자 농사를 짓다가 이젠 가까운 친척에게 농사일을 맡기고 다른 이웃 할머니들과 가족처럼 지내고 있다"며 "내가 어릴 때 소학교를 졸업해 글자를 안다고 같이 사는 할머니들 세금도 대신 납부하고 병원도 같이 다니며 보호자 노릇을 하고 가끔은 마을 심부름까지 한다"고 자랑했다.

치과 치료를 받고 계시다는 황학조 할머니는 "회관에 방이 3개라 필요하면 각 방을 쓸 수도 있지만 매일 밤 같이 드라마도 보고 잘 땐 자매처럼 서로 이야기꽃을 피우다 잠든다"며 "지금은 농사철이라 우리 3명 밖에 없지만 겨울에는 매일 10여 명씩 모여 음식도 만들어 먹고, 화투나 윷놀이를 하면서 온 동네 전체가 가족처럼 재밌게 산다"고 했다.

계1리 정헌두 이장은 "총 69가구 140명의 주민 중 14가구가 혼자 사시는 어르신들로 대부분 형편도 어렵다 보니 혼자 계시면서 아파도 치료도 제때 받지 못하고 끼니를 거르시는 어르신들도 계셨지만 지난해부터 마을회관에서 공동주거를 시작하면서 이런 문제점들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며 "앞으로 농촌지역의 초고령화로 혼자 사시는 어른들이 점점 더 늘어나는 만큼 어르신들끼리의 공동주거가 농촌지역 독거노인들에 대한 새로운 해결책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이처럼 경북도와 영양군이 지난해부터 농촌지역의 초고령화와 젊은 층의 이농현상 등으로 홀로 남게 된 노인들의 생활고와 질병, 고독사가 늘어나 사회적 문제가 되자 마을회관이나 노인정 등을 통해 가족처럼 생활하도록 함으로써 외로움 해소와 생활비, 관리비용 등을 줄이고 공동체 생활을 통해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독거노인 그룹홈(공동주거) 시범사업이 농촌지역 독거노인들을 위한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형기 기자
정형기 기자 jeonghk@kyongbuk.com

경북교육청, 안동지역 대학·병원, 경북도 산하기관, 영양군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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