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삿돈으로 원정도박' 혐의 장세욱 부회장 중심 사태수습 경영상 혼란 가능성은 낮아

▲ 회사자금을 횡령해 원정도박을 벌인 협의로 구속된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이 7일 새벽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에서 구치소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
철강 '빅3'로 불리며 국내 철강산업을 이끌어온 동국제강이 장세주(62) 회장의 구속으로 창립 60여 년 만에 초유의 위기를 맞게 됐다.

장 회장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7일 발부됨에 따라 영어의 몸이 됐다.

동국제강은 구속영장 발부 소식이 알려진 직후 장세욱(53) 부회장을 중심으로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했다.

장 회장은 과거 비리 혐의로 구속됐던 재벌 총수들처럼 구치소 독방에서 미결수로 지내며 남은 수사와 재판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구속적부심, 보석, 구속집행정지 등으로 풀려날 수도 있지만 유무죄가 가려질 때까지 구속 상태가 유지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

구치소에서도 면회를 통해 주요 사안에 대해 장 회장이 직접 결재하는 '옥중 경영'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정상적인 경영이 안돼 현실화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재계에서는 그보다 장 회장이 한동안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장 회장의 친동생인 장 부회장을 주축으로 회사 경영이 이뤄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장 부회장은 동국제강 계열사인 유니온스틸의 경영을 맡아오다 지난 1월 동국제강이 유니온스틸을 흡수합병하면서 동국제강의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동국제강은 합병 후 기존 대표이사인 장 회장과 남윤영 사장에 장 부회장이 가세하면서 3인의 각자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돼 왔다. 장 부회장은 합병사의 일상 경영 업무를 총괄하는 최고경영자(CEO)의 역할을 해왔으며, 장 회장은 총수로서 주로 굵직한 경영 현안에 관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장 회장이 자리를 비우더라도 경영상 혼란이 초래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다만 장 회장이 진두지휘해온 재무구조 개선 작업과 동국제강이 10년 넘게 추진해온 숙원 사업인 브라질 고로 제철소 건설 등 핵심 사업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장 회장의 구속이 대외 신인도 하락으로 이어지면서 자금 조달을 어렵게 해 유동성 경색을 초래할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장 회장은 이에 대비하듯 지난달 24일 서울 수하동 본사 사옥인 페럼타워를 4천200억원에 삼성생명에 매각하는 계약을 성사시켰다.

동국제강은 창업주인 고(故) 장경호 전 회장이 한국전쟁 직후인 1954년 서울 당산동에 철강 선재를 만드는 철강공장을 설립한 것이 모태다.

창업 3세인 장 회장은 선친인 장상태 동국제강 전 회장이 작고한 뒤 2001년 회장으로 취임해 14년 동안 회사를 이끌어 왔다.

법원은 지난달 27일 장 회장에 대한 첫 영장실질심사 후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그러자 검찰은 12억원의 횡령과 6억원의 배임수재 혐의를 추가해 이달 1일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장 회장은 첫 영장실질심사 직전 유용한 혐의를 받는 회사 자금 가운데 106억원을 변제한 데 이어 이날 12억원을 추가로 갚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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