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년 교직’ 오승강 포항송곡초 교장…아이들이 뛰놀며 웃고 즐기는 기회줘

▲ 오승강 포항송곡초 교장.
"아이들은 씨앗 같은 존재라 어떤 교사를 만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데, 가진 재능을 마음껏 발휘하도록 길을 닦아 주는 것이 바로 스승의 역할 아니겠습니까?"

만 22살의 나이로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 부분에 입상한 뒤 동시집 2권과 다수의 일반 시집 등을 발간한 베테랑 시인이자 교육자인 오승강(61) 포항송곡초 교장은 38년 간 교직 생활을 하며 자신이 가진 장점인 글쓰는 재주를 교육에 접목시켜 아이들에게 공부 외에도 즐길 거리가 많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고 있다.

경북 영양에서 농사짓는 집의 6남매 중 첫째로 태어나 부모 기대를 한몸에 받은 것은 물론 경제적으로 넉넉치 않은 가정형편 탓에 안정적인 직업을 찾아 떠밀리듯 안동교육대학(이하 안동교대)에 입학, 교육자의 길을 걷게 됐다.

큰 사명감 없이 시작한 일인 데다 1975년 졸업한 뒤 학교로 대기 발령을 받기까지 2년 동안 기간이 길다 보니 학창시절 관심 있던 글쓰기에 본격적으로 매진했다.

같은해 그동안 써왔던 시를 모아 개인 시화전을 열고, 작품집을 월간 시 전문잡지인 '시문학'에 투고해 추천을 받아 등단에 이르렀다.

이 여세로 다음해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 부분에서 입상을 하는 등 실력을 인정받아오던 오 교장은 문학가와 교육자의 길을 동시에 걷고 있던 한국의 교육자이자 아동문학가로 잘 알려진 고(故) 이오덕 선생의 말 한마디로 교육자로서 인생의 큰 전환기를 맞았다.

당시 안동에서 근무하던 오 교장은 다른 초교에서 교장을 맡고 있던 이오덕 선생에게 '나처럼 문학에 뜻을 두면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아이들을 직접 접하는 기회가 많으니 아동을 위한 시를 써볼 것을 권유받았다.

갑작스러운 제안이라 당황스러웠지만 오 교장은 '일반적인 수업은 다른 교사가 더 잘 할 수 있는 부분으로 자신이 가르치는 아이들만큼은 그늘없이 즐겁게 뛰놀며 웃고 즐기면서 글쓰기 교육으로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그는 "돌이켜보면 그때부터 교육자로 내가 아이들에게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임을 알았다"면서 "일반 시만 썼다면 내 욕심대로 아이들을 가르쳐 정작 아이의 입장이나 눈높이를 맞추려는 시도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이를 계기로 1980년 영양 수비초 신암분교에서 바라본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첫 번째 동시집 '분교마을 아이들'을 시작으로 동시를 쓰는 데 첫발을 내디뎠다.

생각을 바꾸니 수업 외 대부분 시간은 아이들과 몸으로 부딪치며 뛰노는 시간을 많이 가졌고, 더욱 아이들의 마음을 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이후 1988년 포항 한 초교에서 4년 동안 재직할 때 처음 일반학생 담임을 맡았는데 공교롭게 옆 반이 지체나 지적장애 등을 앓던 학생이 있던 특수반이었다.

옆 반이다 보니 매일 그들과 마주칠 수밖에 없었는데 순수하고 때 묻지 않은 모습에 반해 누가 선뜻 나서지 않던 특수반에 자원, 3년 간 봐왔던 아이들의 순수함을 듬뿍 담아 두 번째 시집 '내가 미운 날'을 발간했다.

이처럼 동시집 발간은 이후에도 오 교장에게 아이들의 입장에서 제대로 보고 판단할 수 있는 교육 철학을 가질 수 있게 했다.

오 교장은 "제자를 만나면 하나같이 '웃고 놀았던 기억밖에 안 난다'고 말한다"면서 "수업을 잘하는 교사들은 나보다 많다는 생각에 아이들에게 많이 놀고 웃는 기회를 주는 것이 내 역할이라 여겼다"고 전했다.

글쓰기의 장점을 누구보다 잘 아는 오 교장은 특히 2012년 처음 포항송곡초 교장으로 부임하면서 1년에 4~5차례 발간하던 학교신문을 지난해부터 매월 발행해 아이들이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생각과 목소리를 내며 속에 쌓인 응어리를 풀 수 있을 뿐 아니라 알지 못했던 친구의 마음까지 폭 넓게 이해할 수 있도록 길을 닦았다.

더욱이 1학년부터 아이들이 50장씩 자신이 쓰고 싶은 소설이나 독후감, 일기 등을 묶어 책 2권을 만들어 1권은 자신이, 나머지는 학교 도서관에 보관해 둬 글쓰기를 통해 스스로 해낼 수 있는 성취감을 심어줬다.

매월 영양에 있는 초·중학교 학생들이 직접 쓴 우수작품을 뽑아 평가해주고 부족한 부분을 점검해주는 등 재능기부에도 적극 앞장서고 있다.

오 교장은 "매년 교육관이 조금씩 바뀌지만 분명한 것은 '교사가 아이에게 어떤 자양분이 되느냐'가 중요하다"며 "아이의 재능을 정말 잘 키워줄 수 있는 징검다리 역할 뿐 아니라 진심으로 함께 기뻐하고 즐거워 해주는 것이 진정한 스승이라 이름 붙일 수 있을 듯하다"고 밝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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