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화 전 부회장 소환…비자금 지시·상납 여부 추궁

포스코건설 비자금 조성을 주도한 의혹을 사는 정동화 전 부회장이 19일 소환됐다. 검찰의 칼끝이 정준양 전 포스코그룹 회장의 턱밑까지 바짝 다가선 것이다.

정 전 부회장은 2009∼2012년 포스코건설 사장으로 재직하면서 국내·외 사업장에서의 비자금 조성을 지시하고 금품을 상납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정 전 부회장이 실무 차원에서 비자금 조성을 진두지휘한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정 전 부회장을 소환했다는 것은 비자금 윗선으로 수사 타깃을 옮겨갈 준비를 마쳤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지난 3월 포스코건설의 100억원대 베트남 비자금 의혹에서 출발한 검찰 수사는 그동안 △포스코건설의 비자금 조성 △포스코-코스틸의 불법 거래 △성진지오텍 부실 인수 및 세화엠피의 이란 공사대금 유용 등 세 갈래 방향으로 진행해왔다.

검찰은 포스코건설 비자금 조성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전·현직 임원 5명을 구속기소 했으며 포스코건설 비자금 조성을 도운 흥우산업 부사장 우모(58)씨와 컨설팅업체 I사 대표 장모씨도 재판에 넘겼다. 하청업체로부터 각각 17억원과 11억원을 챙긴 혐의를 받는 포스코건설 전직 상무 2명에 대해서는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상태다.

수사 과정에서 역대 토목환경사업본부장들이 자리를 대물림해가며 협력업체로부터 거액의 금품을 상납받아온 치부도 드러났다.포스코그룹을 직접 겨냥한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포스코와 철강 중간재를 거래하는 과정에서 200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박재천 코스틸 회장은 구속됐고, 900억원이 넘는 포스코 계열사 자금을 빼돌린 의혹을 사는 전정도(56) 세화엠피 회장의 소환조사도 임박했다. 코스틸과 세화엠피는 모두 포스코그룹의 '비자금 창구'로 의심받는 곳이다. 우선 비자금의 저수지를 확보한 뒤 이 물줄기가 어디까지 이어져 있는지를 확인해보겠다는 검찰의 의도가 엿보이는 부분이다.

검찰은 포스코그룹 전반에 걸쳐 이뤄진 비자금 조성 과정에서 정준양 전 회장을 비롯한 그룹 수뇌부가 모종의 역할을 한 게 아닌지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정 전 부회장에 대한 조사도 이 부분에 집중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부회장의 소환으로 포스코그룹 수뇌부를 겨냥한 '발판다지기'는 일단 마무리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정준양 전 회장의 소환조사가 시간문제라는 관측도 나온다.

포스코 비자금 수사가 전 정권 비리 수사로 전면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재천 회장과 전정도 회장은 정 전 회장은 물론 이명박 정부의 핵심 인사들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있다. 검찰 관계자는 "정 전 부회장을 조사해봐야 이번 수사가 그룹 수뇌부 등 윗선까지 치고 올라갈 수 있을지 대략 판단이 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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