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배주의에 갇힌 지역 의료계 직원들 동기부여·교육 통해 최고 의료서비스 환경 구축할 것

▲ 허원 세명기독병원 뇌신경센터 신경외과전문의

요즘 스포츠 관련 가장 뜨거운 이슈는 단연 프로야구팀 한화 이글스의 선전이다. 최근 3년 연속 꼴찌 포함 지난 6년간 다섯 번이나 꼴찌를 독점해온 '만년 꼴찌' 한화 이글스는 지난 겨울 김성근 감독 부임 이후 완전히 다른 팀의 모습을 보이며, 야구팬들을 열광시키고 있다. 야신이라 불리는 김성근 감독 그리고 그의 야구에 팬들이 열광하는 것은, 다소 불리해 보이는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현재의 상태를 끈질기게 지키면서 주변으로 하여금 반전을 기대하게 만드는, 그리고 결국엔 그들의 기대가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해 보이는 모습이 그 이유일 것이다.

수년 전-김성근 감독이 프로야구계를 떠나 고양원더스라는 독립리그 야구팀의 감독으로 있을 때 그의 강연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그의 야구 철학 '일구이무(一球二無)·공 하나에 다음은 없다. 목숨 걸고 야구하라'에 대한 강연이었고, 신경외과 의사로서 많이 동감하였었다. 그는 승리에 항상 굶주려 있는 분 같았다. 만들어 가는 승리의 희열, 역전을 통하여 느껴지는 카타르시스를 너무나도 잘 알기에 본능적으로 승리를 항상 갈구하고 있었다. 나 또한 신경외과 의사로서 환자의 편이 되어 질병과의 격렬한 싸움을 이겨낸 뒤 느껴지는 희열을 잘 알고 있었고, 항상 그것을 갈망하기에 매 순간 환자의 치료에 있어서 절박함을 가지고 열정적으로 임하고 있었다.

내가 진료 현장을 포항으로 옮긴지 1년이 지났다. 포항의 병원에 근무하며 두 가지 놀라운 사실 알게 되었다.

첫 번째로 우리 포항지역의 병원들이 의료 인력의 측면뿐만 아니라 의료 기구들의 측면에서도 수도권 여느 병원 못지않게 훌륭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두 번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원에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의료인들 및 그들의 서비스를 받고 있는 환자들의 시각이 포항의 의료수준이 수도권의 그것에 비해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다소 물들어 있다는 것이었다. 이후부터 나는 질병과의 싸움과는 별도로 다른 하나의 싸움을 시작하였다. 이러한 지역의료서비스를 바라보는 패배주의적인 시각과의 싸움이었다. 질병과 치료의 관계에는 항상 치료 측면에서 부족한 면이 발생할 수 있는데, 그것이 의료서비스 자체의 한계가 아닌 지역의료의 한계일 것이라는 그릇된 믿음과의 싸움이었다.

그러한 인식을 바꾸고자 병원 안에서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동기 부여를 위한 교육을 지속적으로 시행하였고, 환자들에게는 매 환자를 시술하고, 치료함에 있어서 최고의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나의 모든 것을 바쳐 치료에 임했다. 하지만 시간이 나의 이러한 노력에도 주변 인식의 변화가 크지 않음에 다소 나도 지쳐감을 느끼고 있던 즈음에, 2015년 김성근 감독의 열정의 야구를 보면서 다시 한 번 나의 배고픔의 대상을 확인하고 나의 열정을 다시금 불태운다.

나의 꿈은, 내가 있는 이곳 포항의 의료서비스가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세계 모든 곳의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가장 안전하고, 최고의 회복을 기대할 수 있는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고 그러한 의료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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