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내 9천 세대 쏟아져 과잉 수요·공급 불균형 부작용 우려 소비자·건설업자 선택 신중해야

▲ 황기환 동해안권 본부장
신라시대의 고귀한 유적이 도심 곳곳에 산재해 있는 천년고도 경주에 아파트 건립 바람이 불고 있다.

그냥 적당히 시원할 정도로 불어오는 그런 바람이 아니라 자칫 피해가 발생 할 수 있는 몹시 거칠고 거센 왕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이런 왕바람에 그냥 휩쓸려 버린다면 새 아파트 입주를 코앞에 두고도 입주를 못하는 분양자들이 속출할 수 있다.

저금리 등으로 모처럼 살아 난 아파트 건설 경기의 불이 꺼지기 전에 분양전쟁에 뛰어든 건설업체들도 미분양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최근의 아파트 건설 붐은 전국적인 현상으로 고도 경주에도 예외 없이 찾아왔지만,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깨어지면서 각종 부작용 발생이 우려된다.

그동안 답보상태였던 경주지역 아파트 건설 시장은 지난해부터 한수원 본사 이전 및 건설경기 활성화로 어느때 보다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다.

현재 분양을 마치고 공사중인 아파트가 2천546세대에 이르는데다, 8개 단지 6천68세대는 경주시에 사업계획 승인을 신청한 상태다.

결국 앞으로 2~3년 내에 경주지역에서 9천 세대 가까운 새아파트가 쏟아지게 된다. 이미 오래전에 주택보급률 100%를 넘긴 경주지역에 아파트가 과잉공급 되는 양상을 띄고 있다. 신규 물량이 쏟아져도 각 건설사들의 견본주택에는 구름인파가 몰려들면서 아파트 청약시장은 100% 분양률을 기록하고 있다.

실제 최근 분양한 황성동 대림아파트와 용황도시개발사업지구 내 협성 휴포레 아파트의 경우 청약률이 8대1에서 5대1 정도로 과열조짐을 보였다.

하지만 일부 투기목적의 분양권자들로 인해 청약열기가 과열됐다면 2~3년 후 입주할 시 분양률과 분양가는 장담할 수 없다. 공급 과잉으로 매물 아파트가 시장으로 쏟아져 거래가 주춤하면서, 살던 아파트를 처분 못한 분양자들이 입주를 포기하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전문가들도 최근 아파트 분양시장의 뜨거운 청약열기를 단순한 수요 증가로만 해석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아파트 건설경기 활성화는 고용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 및 주거난을 해소하고 주택가격 안정화를 꾀할 수 있는 등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하지만 긍정적인 측면 이면에는 빌라 등 다세대 주택은 물론 기존 아파트 거래마저 끊어지면서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는 부작용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 올해 초 한 아파트가 분양을 시작하자 경주지역에는 500여 개의 아파트가 갑자기 매물로 나왔으며, 분양 완료 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는 700~800개의 매물 아파트가 생활정보지 지면을 가득 채웠다.

이로 인해 일부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100% 분양을 완료한 이 아파트의 실소비자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다소 충격적인 분석도 나오고 있다.

결국 '프리미엄'을 노린 일부 투기꾼들이 빠져나가면 거품이 빠져 가격이 하락해 실소유자들이 손해를 볼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부동산 경기는 귀신도 모른다'는 말이 있듯이 소비자나 건설업체들의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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