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대전 독일 암호해독 작전 등 모든 분야에 수학자들 활약 빛나 창의·혁신적 엘리트 키워나가야
우리가 열심히 공부하는 수학은 중세후기의 수학 수준을 공부한다고 한다. 그렇게 높은 수준의 수학을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현대에서는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풀기 위하여 CAS(Computer Algebra System)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우리는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천 개가 넘는 미적분 공식을 외우고 있지 않다. 물론 대용량을 기본 데이터로 하여 분석하기 위해서는 CAS의 사용이 절실하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색상을 받은 '미테이션 게임'은 천재 수학자 앨런 튜링의 비극적 삶과 2차대전 암호 해독 작전 등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사실감이 더해져 호평을 받고 있다. 이 영화의 주요 내용은 2차대전 당시 영국군이 '이니그마(Enigma·수수께끼)'라는 독일군 암호를 해독하기 위해 수행했던 비밀 작전이다. 이 암호 해독의 일등 공신이 영화 주인공이자 천재 수학자인 앨런 튜링이다. 그가 직접 설계하고 제작한 암호 해독기 '봄베'가 1940년 독일군의 일기예보에서 힌트를 얻어 해독의 결정적 실마리를 찾아낸 것이다.
'이니그마' 해독 작전에 대해서 영국 정보부 전쟁사 편찬진 등 학계에서는 "종전을 최소 2년 앞당겼으며 1천400여만 명의 목숨을 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차대전의 최대 분수령 노르망디 상륙 작전의 발판이 이 암호 해독을 통해 마련됐다는 이유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2차세계대전을 종식시킨 노르망디 상륙작전은 아이젠하워 장군 등미국의 군사 엘리트들에 의해 기획되고 시행한 작전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앨런 튜링이라는 천재 수학자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일반적으로 수학은 물리나 화학 공부를 하기 위한 기초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인류의 생활을 혁신적으로 바꾸게 한 컴퓨터의 최초 모형은 물리학자가 아닌 수학자의 구상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보더라도 수학은 이공계뿐만 아니라 사회과학 등 모든 분야에서 필요로 하는 학문이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회현상을 분석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직면한 문제의 모델링 작업이 상당히 어려운 분야이기 때문에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엘리트들이 수학에 정열을 쏟을 수 있도록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해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