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대전 독일 암호해독 작전 등 모든 분야에 수학자들 활약 빛나 창의·혁신적 엘리트 키워나가야

▲ 김성우 동명대 교수
학생들을 지도하다 보면 "수학공부를 왜하는가"라는 질문을 받는다. 수학전공 교수에게 물어봐도 명확한 답을 듣기가 어렵고 여러 가지 수학교재들을 봐도 왜 수학을 해야 하는지와 어느 정도 수준까지 공부해야 하는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없다. 이 질문에 대한 당사자는 학생, 교사, 학부모 등이며 이들은 최종 목표는 없이 단지 대학입시라는 중간 목표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대학에서 필요로 하는 수준의 수학을 고등학교에서 미리 알고 공부를 한다면 좀 더 효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무기체계 수업 중에 탄도를 설명하면서 함수와 연관하여 설명하면 대부분의 학생들은 처음에는 고개를 갸우뚱하지만, 2차함수를 미분한 값이 탄도의 현 지점에서 포탄의 추진방향이라고 하면 왜 그 어려운 함수와 미적분을 공부해야 하는지 약간은 이해하는 듯하다.

우리가 열심히 공부하는 수학은 중세후기의 수학 수준을 공부한다고 한다. 그렇게 높은 수준의 수학을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현대에서는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풀기 위하여 CAS(Computer Algebra System)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우리는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천 개가 넘는 미적분 공식을 외우고 있지 않다. 물론 대용량을 기본 데이터로 하여 분석하기 위해서는 CAS의 사용이 절실하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색상을 받은 '미테이션 게임'은 천재 수학자 앨런 튜링의 비극적 삶과 2차대전 암호 해독 작전 등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사실감이 더해져 호평을 받고 있다. 이 영화의 주요 내용은 2차대전 당시 영국군이 '이니그마(Enigma·수수께끼)'라는 독일군 암호를 해독하기 위해 수행했던 비밀 작전이다. 이 암호 해독의 일등 공신이 영화 주인공이자 천재 수학자인 앨런 튜링이다. 그가 직접 설계하고 제작한 암호 해독기 '봄베'가 1940년 독일군의 일기예보에서 힌트를 얻어 해독의 결정적 실마리를 찾아낸 것이다.

'이니그마' 해독 작전에 대해서 영국 정보부 전쟁사 편찬진 등 학계에서는 "종전을 최소 2년 앞당겼으며 1천400여만 명의 목숨을 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차대전의 최대 분수령 노르망디 상륙 작전의 발판이 이 암호 해독을 통해 마련됐다는 이유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2차세계대전을 종식시킨 노르망디 상륙작전은 아이젠하워 장군 등미국의 군사 엘리트들에 의해 기획되고 시행한 작전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앨런 튜링이라는 천재 수학자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일반적으로 수학은 물리나 화학 공부를 하기 위한 기초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인류의 생활을 혁신적으로 바꾸게 한 컴퓨터의 최초 모형은 물리학자가 아닌 수학자의 구상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보더라도 수학은 이공계뿐만 아니라 사회과학 등 모든 분야에서 필요로 하는 학문이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회현상을 분석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직면한 문제의 모델링 작업이 상당히 어려운 분야이기 때문에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엘리트들이 수학에 정열을 쏟을 수 있도록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해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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