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 김한수 교수팀 개발 ‘고비강도강’…철강산업 블루오션

▲ 김한수 교수
에너지 효율성 향상과 환경 보호는 오늘날의 최대 화두 중 하나다.

특히 우리가 쓰는 석유 중 절반가량은 자동차가 소비하는데 자동차를 가볍게 만들면 그만큼 석유는 적게 들고 배기가스는 줄어 두 가지를 모두 충족시킬 수 있다.

이처럼 자동차를 가볍게 하려면 주 핵심 재료인 철강보다 가벼우면서도 강한 소재가 필요한데 최근 포스텍 철강대학원 김한수·김낙준 교수와 박사과정 김상헌 씨 연구팀이 이에 딱 걸맞은 새로운 저비중 고강도 철강재를 개발해 화제가 되고 있다.

튼튼하고 가벼운 철은 고층 건물은 더 높게 지을 수 있는 것은 물론 지진에 더 안전할 수 있게 만드는 등 지구와 사람 모두를 이롭게 한다.

이들이 개발한 새로운 철강재는 자동차뿐 아니라 다른 제품에도 무궁무진하게 사용할 수 있어 철강의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남과 다른 발상의 전환으로 새로운 철강 소재인 '고비강도강(High Specific Strength Steels·HS³)'을 만들다.

과거 인류 역시 가벼우면서 강한 소재 개발에 공을 들였지만, 정작 소재의 무게는 같은 상태로 두고 강하게 만들자는 의식이 높았다.

이후 1990년부터 알루미늄을 넣어 철강의 비중을 낮추는 저비중강(低比重鋼) 연구가 일본과 독일 중심으로 활발하게 진행됐다.

하지만 단가가 비싼 알루미늄을 철에 넣었지만 가격이 비싼 만큼 물질이 가진 성질인 물성이 특출나게 좋지 않았다.

또한 실제 철강사의 열처리 설비를 사용할 수 없어 대량 생산이 어려워 결국 상용화에 실패하게 됐다.

더욱이 문제는 철에 알루미늄의 첨가량을 늘리면 늘릴수록 변형 시 부서지기 쉽게 되는 결점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이는 합금을 만들 때 생기는 금속간화합물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금속간화합물이 생성되지 않도록 억제하는데 치중했다면, 김한수 교수 등은 오히려 더 잘생기게 만드는 대신 덩어리지게 하지 않고 골고루 퍼지도록 해 크기를 작게 만드는 방법에 집중했다.

마치 찹쌀떡은 물렁물렁하나 콩알 같은 금속화합물을 골고루 퍼지게 해주면 끊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착안한 것이다.

이와 함께 기존 알루미늄, 철, 탄소, 망간에다 열처리 온도에서 금속간화합물이 잘 생성될 뿐 아니라 분산되도록 도와주는 니켈을 사용하는 신의 한 수를 뒀다.

이에 따라 역발상으로 새로운 철강 소재인 '고비강도강'이 만들어졌다.

연구를 주도한 김한수 교수는 "금속간화합물은 생성하도록 두고 대신 원하는 모습으로 열처리 등을 통해 변형시키면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 믿었다"면서 "니켈을 넣는 목적이 뚜렷했고 생각한 아이디어대로 실험에 돌입, 2~3번 만에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고비강도강(High Specific Strength Steels·HS³), 자동차뿐 아니라 방위산업 등 다방 면에 활용 가능한 만능 재주꾼.

고비강도강으로 이름 붙인 새로운 철강 소재는 일반 철강보다 15% 가볍다.

또한 인류 문명에서 지금까지 가장 가볍고 강한 금속인 티타늄보다 부피를 적게 사용해도 강도가 같지만, 제조원가는 10분의 1로 저렴하다.

더욱이 알루미늄이 많이 들어가다 보니 녹이 잘 안 스는 데다 용접도 할 수 있는 등 많은 장점을 갖췄다.

이에 따라 2013년 말 권리 확보를 위해 '고강도 저비중 강판 및 그 제조방법'이라는 이름으로 국내외 특허 출원을 했다.

올해 2월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Nature)지에 '부서지기 쉬운 금속간화합물을 이용해 초고강도-고연성의 저비중강을 만들다'라는 논문도 발표했다.

이후 스웨덴에서 출발한 저가형 가구, 액세서리, 주방용품 등을 생산·판매하는 다국적 기업을 비롯해 이스라엘 무기회사 등에 뜨거운 러브콜을 받고 있다.

특히 지난 4월 미국의 자동차제조회사인 제너럴모터스(General Motors Corporation·GM) 재료 총괄 연구 책임자가 직접 김한수·김낙준 교수를 방문, 높은 관심을 내비쳤다.

이처럼 고비강도강은 상용화되면 자동차의 기능성 부품은 물론 뼈대 구조에 사용돼 안전한 차를 만드는 역할을 톡톡히 해낼 수 있다.

이와 함께 경량화가 절대적으로 중요한 조선이나 토목뿐 아니라 방탄용 장갑차, 골프용품, 무인항공기 등 여러 가지 제품에 무궁무진하게 사용할 수 있다.

김한수 교수는 "철이 세계적으로 연간 16억t 생산돼 1천600조 규모를 자랑하며 세계 70억명의 인구 1인당 200㎏ 이상의 철을 사용한다"면서 "그만큼 철강 시장이 넓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존 철강보다 장점이 많은 고비강도강은 오는 7월 포스코에서 대량생산 전 시험생산에 돌입해 빠르면 2~3년 내 상용화 될 것"이라며 "대량생산에 성공한다면 금속산업의 판도를 바꿀 획기적인 소재임이 틀림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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