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수용 불가"천명 야 "입법부와의 전쟁 선포"

▲ 박근혜 대통령이 1일 청와대를 방문한 한일현인회의 대표단을 접견하고 있다. 연합
박근혜 대통령이 1일 국회가 시행령 등 정부의 행정입법에 대한 수정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개정 국회법안에 대해 수용 불가를 공표했다. 이는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국회법 개정안이 정부로 이송돼 올 경우 대통령이 동원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인 거부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며 국회를 압박한 것으로 분석된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국정은 결과적으로 마비 상태가 되고 정부는 무기력화될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이번 국회법 개정안은 정부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이처럼 '거부권 불사 방침'까지 시사하며 강경 대응에 나선 것은 평소 원칙을 강조하는 박 대통령의 정치 스타일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국회법 개정안이 본회의에서 211명의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됐음에도 위헌 논란이 있는 법률을 공포할 수 없으며, 여야 합의로 통과된 법률을 거부하는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면서도 '정면돌파'를 선택하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행정입법에 대한 국회의 수정·변경 요구를 정부가 따라야 한다는 국회법 개정안의 문구가 '강제성'을 띠고 있어 정부의 행정입법권뿐 아니라 행정입법에 대한 법원 심사권까지 침해할 수 있어 헌법상 삼권분립 원칙을 위배하는 것인 만큼 대통령으로서는 도저히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취지로 보인다.

특히 박 대통령은 이번 국회법 개정 과정에 대해 "공무원연금과 관계없는 세월호특벌법 시행령 문제를 연계시켜서 위헌 논란을 가져오는 국회법까지 개정을 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번 국회법 개정안을 국회선진화법 체제에서 '연계전략'을 펴는 야당의 요구를 여당이 받아준 '정치적 타협'의 산물이자 졸속입법으로 규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정부 시행령까지 국회가 번번이 수정을 요구하면 정책추진은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며 향후 야당의 연계전략으로 시행령 수정 요구권이 빈발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박 대통령은 "과거 국회에서도 이번 개정안과 동일한 내용의 국회법 개정에 대해 위헌 소지가 높다는 이유로 통과되지 않은 전례가 있다"며 행정입법을 견제하려는 국회시도가 위헌 논란 때문에 무산된 사례를 거론했다.

지난 2000년 '시행령과 모법(母法)이 어긋날 경우 국회가 시정을 요구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국회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됐다가 위헌 논란으로 인한 일부 의원의 반대로 '시정을 요구한다' 대신 '그 내용을 통보한다'로 수정됐던 사례를 언급한 것이다.

이는 국회법 개정안을 정부로 이송하기 전 국회 차원에서 위헌 논란을 정리하라는 일종의 압박으로 해석된다.

여당의 입장대로 '강제성이 없다'는 쪽으로 정리가 될 경우 국회법 자체가 효력이 없는 쪽으로 결론이 날 수 있어 청와대로서는 굳이 대응을 하지 않아도 되지만, '강제성이 있다'고 여야가 의견을 모을 경우 개정 국회법이 분명히 법원의 심사권을 침해하는 것이어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여론전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편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날 박근혜 대통령이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힌 것과 관련,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해석되며 입법부와의 전쟁 선포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김영록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사실상 3권을 독점하다시피 한 박 대통령이 3권분립을 운운할 자격이 있는가"라며 "3권립을 위배하고 있는 것은 바로 행정부이며, 이를 바로잡기 위한 국회법 개정안에 '3권분립 위배'라는 오명을 씌우는 것은 적반하장"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김 수석대변인은 "더욱이 이번 개정안은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 211명이 찬성해 본회의에서 통과시킨 것"이라며 "입법부의 결정에 대한 존중이야말로 삼권분립을 지키기 위해 대통령의 가장 기본적인 자세"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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