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환자 격리중 암투병 남편 사망·아들도 격리…상주없는 빈소만

▲ 남편 치료를 위해 삼성서울병원을 방문한 50대 여성과 30대 아들이 메르스 능동감시자로 분류, 격리되면서 사망소식을 듣고도 장례식 조차 참석하지 못해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날벼락도 이런 날벼락이 있을 수 있습니까? 그 놈의 메르스가 뭐라고 임종도 못지키고 장례식도 참석하지 못하다니…."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으로 인해 장례식 조차 참석하지 못한 가족의 사연이 안타깝다.

영양군 입암에 사는 권모(59)씨는 지난달 27일 간암을 앓고 있는 남편 김모(71)씨의 치료를 위해 삼성서울병원을 방문했다. 이날 방문에는 아들도 김모(35)씨도 동행했다.

권씨는 이후 보건당국이 29일 메르스 능동감시자로 통보해 와 자택 격리된 상태다.

또 응급실에 동행했던 아들 김씨 역시 능동감시자로 분류돼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12일까지 자택에 격리 조치 통보를 받고 서울 종로구 보건소의 관리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들에게 청천벽력같은 일이 벌어졌다. 남편이자 아버지인 김모씨의 병세가 악화된 것이다.

9일 새벽 119 구급 차량을 이용해 부부는 안동의 모병원 응급실에 함께 갔다.

그런데 이번에는 부인 권씨가 이날 오전 9시께 발열 증세를 보여 안동시보건소에 신고했고, 결국 남편이 있는 병원에서 5㎞쯤 떨어진 안동의료원에 격리조치 됐다.

안타깝게도 아내가 격리된 지 6시간 만인 오후 3시께 남편 김씨는 40여년 해로해 온 아내의 얼굴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이 소식을 들은 부인은 발만 동동 구르며 애를 태웠다. 2차 결과가 나오는 10일 밤늦게까지 세상을 떠난 남편 곁에 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자택 격리 조치를 통보받은 아들 역시 아버지의 임종을 지켜보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다.

능동감시자로 분류돼 이달 12일까지 자택에서 격리 조치를 통보받아 아버지의 임종은 물론 장례식 조차 참석하지 못하게 돼 탄식만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김씨 부부가 살던 마을 사람들도 마음 아프기는 마찬가지다.

평생을 같이 살아온 이웃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에다 시골 마을에까지 메르스가 퍼질지 모른다는 공포까지 번지면서 안동 모병원에 마련된 빈소 방문까지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마을 주민 김모씨는 "어쩌다 이런 몹쓸병으로 부인과 자식 마저 격리되면서 남편과 아버지의 마지막 가는 길 마저도 보지 못하는 처지가 됐는지 너무나 마음이 아프고 답답하다"며 "마을 사람들 조차도 혹시나 바이러스를 옮기지는 않을까 전전긍긍하면서 문상 조차 꺼리는 등 민심이 흉흉하다"고 말했다.

정형기 기자
정형기 기자 jeonghk@kyongbuk.com

경북교육청, 안동지역 대학·병원, 경북도 산하기관, 영양군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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