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시내씨 '악당은 아니지만…' 솔직·담백함으로 공감 이끌어

안시내 작가의 '악당은 아니지만 지구정복' 이 책은 350만원 들고 141일 동안 말레이지아·인도·모로코·스페인·프랑스·이탈리아·이집트·태국까지 종횡무진 누빈 솔직하고 감동적인 여행기다.

155센티미터의 아담한 키의 아직 앳된 스물두 살의 여대생이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시기에 세상을 돌아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은행, 카페, 주말엔 베이비시터까지… 꿈을 이루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했다. 그런데 영화처럼 갑자기 악화된 집안 사정, 돈을 보태고 나니 남은 돈은 350만원뿐.

처음에는 도대체 350만원으로 어떻게 그 많은 나라를 141일간이나 여행했지? 하는 호기심에 바라보다가 정말로 인간다운 그녀의 여행 이야기에 폭 빠진다.

모두 무모하다고 하는 도전을 시작했다. 이 돈으로 비행기값, 숙박, 식사를 모두 해결해야 한다. 철저히 조사하고, 우리 돈으로 하루 5천원 이하의 숙박시설을 이용하고, 현지인의 음식을 사먹었다. 그러다 보니 점점 관광이 아닌, 사람 냄새 나는 진짜 여행을 하기 시작했다.

길에서 만난 인도 아이를 매일 껴안고 다니다가 헤어짐에 눈물짓고, 모로코에서는 마음씨 좋은 여관 주인을 만나 가족처럼 지내며 세상에서 다시없는 인연을 만들어 나간다. 도둑질을 당한 후에는 경찰서에서 조심하지 못한 스스로를 책망하기도 한다.

안 씨의 이야기를 보면 언제나 공통점이 있다. 여행지의 경치, 음식, 관광지 소개가 아니라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과 깊이 관계를 맺는다는 것이다. 고산병에 걸렸을 때는 그곳에서 만난 현지인 아주머니에게 차를 얻어 마시며 따뜻함을 느낀다. 길에서 만난 어린 형제의 손을 잡고 식당으로 데려가서 밥을 먹이다가, 자신의 값싼 동정심에 부끄러움을 느낀다.

한 번 정도는 여행을 가보았을 것이다. 경치에 감탄하고 음식맛을 음미해보기나 했지, 그곳에서 일하는 현지인을 '사람'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있었는가를 '악당은 아니지만 지구정복'는 되묻는다. 경쾌하고 발랄한 여행기이지만, 진심으로 상대하는 사람 냄새를 전하며 깊은 공감을 끌어낸다.
남현정 기자
남현정 기자 nhj@kyongbuk.com

사회 2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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