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등 바이러스 감염 위험시 타인에 전파 막는 도구로 쓰이나 때·장소 가리는 분별력 필요해

▲ 이한웅 PR스토리 상상 대표
"마스크 착용은 결코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남을 위한 최소한의 배려다."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고 격리되었다가 완치되어 퇴원한 의사 A씨가 기자들과 만나 그간 투병기를 말하며 마스크 착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마스크는 외부균으로부터 자기를 방어하는 기능도 있지만 실은 타인을 위한 배려의 도구다.

메르스 바이러스는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발생하는 침방울을 통해 전염되기 때문에 예방법으로 '마스크 착용'을 권고한다. 재채기를 하면 4만개의 침방울이 시속 160㎞ 속도로 9m나 날아간다. 마스크 착용만 잘 해도 바이러스 전파를 막을 수 있는 것.

오늘 아침, 대부분의 지면이 메르스 이야기에 할애된 조간신문을 읽다가 기억의 시계를 2009년 신종플루(신종 인플루엔자A) 유행 때로 되돌려보았다. 75만명의 확진자가 발생한 그때 '신종플루 치료거점의료기관'으로 지정된 종합병원의 홍보팀장으로 근무했다. 병원본관과 떨어진 별도 건물에서 함께 근무하며 의료진의 신종플루 진료를 도왔다.

의사와 간호사, 임상병리사, 행정직원은 가운과 마스크, 고글 등 보호장구를 갖춰 하루 수백명을 진료했다. 수 주일간 계속된 진료에 의료진도 지쳤고 밤이면 파김치가 되어 앓아누웠다. 하루 종일 갑갑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는 의료진의 고역은 이중 삼중의 고통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수백장의 마스크를 착용하고 벗고 하며 신종플루는 진정되었다.

메르스가 우리생활 깊숙이 찾아온 지금 역시 확산을 막기 위해서 의료진뿐 아니라 일반인도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착용하는 시민의식이 필요하다.

반면 자신을 위한 마스크는 벗어야 할 장소와 때가 있다.

요즘 근교 산의 등산로 뿐 아니라 동네 산책길에 '복면'수준의 마스크로 무장한 사람들을 자주 본다. 오래전에는 간혹 등산로에서 만났지만 지금은 창이 긴 썬캡에 선글라스, 낙타를 닮은 중무장의 마스크까지. 흡사 외계인처럼 보일 때가 많다. 물론 자외선 차단 등 피부 보호를 위한 불가피한 나름의 조치일 것이다. 그러나 이 조치가 다른 사람에게는 혐오감을 주는 경우가 너무나 많은 것이 문제다.

외국에서 살다온 한 친구는 이처럼 중무장 마스크 때문에 자주 깜짝 깜짝 놀랐단다. 도로에서 만난 한 여성운전자는 붕대를 감은 듯 꽁꽁 싸매 미이라처럼 무장하고 운전대를 잡고 있고 산길에서 '단체 마스크족(?)'을 만났을 때는 복면강도인줄 알았다고 털어놨다. 엘리베이터에서 그런 복장을 한 사람과 마주치면 소름이 확~ 돋을 때도 있었단다.

더불어 사는 공동체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문화라고 그는 분석했다. 벨기에, 네덜란드, 프랑스에서는 공공장소에서 얼굴을 가리는 경우를 법으로 금지시키고 있다.

이런 복면마스크를 백번 이해한다해도 햇살이 강렬하지 않은 새벽운동이나 야간 산책때 만이라도 마스크를 벗었으면 한다. 남을 전혀 배려하지 않은 '자신만의' 마스크를.

우리 공동체가 더 건강해지기 위해서는 타인을 위한 배려의 마스크는 단디 챙기고, 나만 위한 '유난스러움'의 마스크는 장소와 때를 가려야 한다. 바로 지금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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