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 많은데 주차할 곳이 없어서…시민·관광객 발길 끊겨

▲ 포항북부시장이 주차장 부족과 시설 노후화 등으로 시민과 외지 관광객들의 발길이 줄어들고 있어 시설 현대화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이종현기자 salut@kyongbuk.co.kr

포항시 “전통시장 등록 안돼 예산지원 어렵다”

포항 북부시장이 오랜 역사와 풍부한 먹거리 자원 등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주차장 등 기반 시설 부족으로 시민과 외지 관광객들의 발길이 멀어지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포항시와 북부시장 상인들에 따르면 1955년 북구 대신동 일대에 자연 발생적인 재래시장으로 형성된 북부시장은 10년 뒤 개설 허가를 받아 장옥 내 가게 등 244곳 주변에 상점이 속속 들어서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특히 북부시장은 1980년대 초 활어를 이용한 포항 전통 고추장 물회를 선보인 새포항물회 식당을 시작으로 고추장과 생수만으로 맛을 낸 포항 물회 식당 25곳이 자리 잡게 됐다.

물회는 포항 연근해에서 조업하던 어부들이 그물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밥 먹을 시간을 아끼기 위해 갓 잡은 싱싱한 생선회에 고추장을 넣고 찬물을 부어 단숨에 들이키던 선상음식이었다.

북부시장은 바로 그 물회를 상품화시킨 발상지와 같은 곳으로 포항에서 큰 의미가 있는 곳이다.

물회 집이 성시를 이루면서 손님들이 많이 찾자 주변에 돼지국밥 전문 식당들이 자리 잡기 시작해 현재 10여 곳이 명맥을 이어오면서 지갑이 얇은 서민에게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와 포항시청이 남구 대잠동으로 이전한 데다 영일대 해수욕장(옛 북부 해수욕장)이 새로운 관광 및 먹거리 명소로 개발되면서 북부시장을 찾는 시민과 관광객의 발걸음이 대폭 줄었다.

북부시장이 이처럼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외면당하는 가장 큰 이유는 두 가지다.

60년 가까운 역사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전통시장으로 등록돼 있지 않아 포항시를 비롯한 정부지원을 전혀 받지 못해 노후화된 시설을 현대화시킬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북부시장은 지난 2012년 장옥 중심부에서 발생한 화재 이후 5억7천600만원을 들여 380㎡ 규모로 시의 실질적인 관리 대상인 장옥만 현대화 시설로 바뀌었을 뿐 나머지 부분은 여전히 열악한 환경이다.

또 다른 문제점은 시장 주변에 소비자들이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공공 주차장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북부시장은 그동안 인근 옛 기쁨의 교회 주차장을 이용했지만 지난해 교회가 이전한 뒤 주차장 부지가 대부분 매각된 데다 나머지 부지도 조만간 매각될 것으로 보여 사실상 시장 전용 주차장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로 인해 북부시장을 이용하려면 수십 대의 차량만 주차할 수 있는 노면 공공 주차장뿐이라 불법주차를 해야 하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시가 북부시장을 현대화하고, 부족한 주차공간을 확보해 KTX 개통 이후 포항을 찾는 수도권 관광객들에게 또 다른 명소를 제공함으로써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30여 년 동안 물회 식당을 운영 하고 있는 김모(59·여) 대표는 "대구나 서울 등 타지에서 우리 물회를 잊지 않고 찾는 손님이 많아 맛은 자부한다"면서 "요즘은 주차하기 편한 곳을 찾는데 주차공간이 부족한 것은 물론 시설마저 낡아 언제까지 맛으로 경쟁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시 관계자는 "주차장 확보나 시설 현대화 등의 필요성을 인식한다"면서도 "현재 전통시장 등록이 되지 않아 관련법에 따라 예산 지원이 힘들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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