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법 당청 불협화음속 국회-행정부 권한다툼 메르스로 경제까지 휘청

▲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오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에 휴업했다 최근 수업을 재개한 서울시 강남구 일원본동 대모초등학교를 방문, 손씻기 실습 수업을 참관하고 있다. 연합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라는 방역행정에 구멍이 나면서 국민의 불안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런데 그 불안을 해결하고 안정시켜줘야 할 정치가 부작동 내지는 오작동하고 있다. 정부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문제를 해결할 국무총리가 없어서인 것처럼 슬쩍 책임 전가를 하고 있고, 당청 불협화음과 국회와 행정부간의 권한다툼이 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메르스 장기화로 경제까지 휘청거리는 상황에서 정치가 국민의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최경환 국무총리 직무대행은 16일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의 국회 임명동의가 지연되는 것과 관련, "국회가 총리 인준을 하지 않고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최 총리대행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한 직후 총리실 간부들을 만나 "현재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및 가뭄 등 국정현안이 산적한 상황인데 이 문제를 해결할 국무총리가 없다"며 이같이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총리대행은 앞서 국무회의에서도 모두 발언을 통해 "국회가 뚜렷한 이유도 없이 정치적 공세로 국회가 만든 법에서 정한 기간도 지키지 않으며 인준을 지연시키고 있는 것은 정말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신임 총리의 임명이 지연될수록 정부가 혼연일체가 돼 메르스 사태를 조기에 종식하고 경제 어려움을 해결하며 국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에 커다란 장애요인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여야 합의로 자구수정을 거쳐 정부로 이송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 확실시되면서 정치적 전운이 감돌고 있다. '대통령'과 '의회'의 정면충돌은 정치에 엄청난 부담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당장 여권과 야당, 여당 내 친박(친박근혜)계와 비박계, 청와대와 자구수정을 주도한 정의화 국회의장 등 이번 사안을 둘러싸고 대립했던 주체들 간의 서로 다른 논리가 갈등으로 번질 개연성이 높다.

국회의 국회법 개정안 정부 이송에 대해 16일 청와대와 새누리당 친박계 인사들은 부정적인 반응이다. 이들은 여야가 정 의장의 중재안을 받아들여 시행령 등 행정입법에 대한 국회의 수정·변경 '요구'를 '요청'으로 바꾼 것에 대해 "의미 없는 음절 교체"라고 평가절하하고 있어 거부권 가능성을 시사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들은 여야의 자구수정에 대해 "겨우 글자 한 자를 바꾼 것으로,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새누리당 이정현 최고위원도 "대통령은 헌법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당연히 거부권을 행사해야 하고, 국회는 (재의 요청을 받은 국회법 개정안이) 자동 폐기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와 친박계의 분노는 야당보다도 여당의 협상 사령탑이었던 유승민 원내대표와 중재자로 나섰던 정 의장에게 모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 의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도록 청와대와 집중적으로 물밑 접촉을 시도할 계획이라고 의장 공보관계자가 전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때리는 시누이도 문제지만 말리는 시누이(정 의장)도 똑같다는 분위기다. 접점을 찾기 힘든 것으로 전망된다.

박 대통령이 정부로 이송한 국회법 개정안을 거부하면 입법권과 행정권이 정면대결을 하는 것. 입법부와 행정부가 균형과 견제를 위해서 3권이 분리 돼 있는 것이 민주주의다. 입법권과 행정권이 충돌은 단순히 타협을 하지 못하는 소소한 사건이 아니다. 민주주의 국가의 정치낙제 사건이 일어나는 구조적인 흐름이다. 메르스, 가뭄, 경기침체, 악화된 일본과 북한과의 관계 회복 모두는 민주주의가 부작동하는 정치시스템에서는 해결이 난망하다.
김정모 서울취재본부장
김정모 기자 kjm@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으로 대통령실, 국회, 정당, 경제계, 중앙부처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