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격·위엄 갖춘 한국 대표 아이콘…역사적 배경 등 총 8개 주제 구성

▲ 인물과사상사|임석재 글·사진
경복궁은 조선의 법궁(法宮)이자 다른 궁궐들의 기준과 모범이 되는 궁궐이다. 또한 조선, 나아가 한국을 대표하는 궁궐이기도 하다.

이런 대표성은 현대까지 이어진다. 많은 사람이 서울의 중심을 광화문이나 경복궁이라고 생각한다. 광화문이 서울의 중심으로 인식할 수 있는 것은 경복궁이 있기 때문이다.

서울의 중심이면 결국 한국의 중심이 된다. 확실히 경복궁은 '서울' 하면 남산과 남대문시장 등과 함께 가장 먼저 떠오르는 아이콘이다. 경복궁에는 그에 합당하고 걸맞은 위엄과 무엇인지 모를 기품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인들이 조선이나 유교를 싫어하는 것과 차이가 나는 대목이다. 이런 차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이 책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다.

경복궁은 조선이나 조선 유교에 더해 이른바 플러스알파를 갖고 있다. 이 책은 더 정확히 말하면 결국 그 '플러스알파'가 무엇이냐를 찾는 과정이다. 그리고 그 내용을 알차고 깊이 있게 정리해서 담았다.

그 '플러스알파'가 구체적으로 무엇일까? 첫째, 겉으로 드러나 보이는 모습이다. 경복궁은 품격이 있으면서도 동시에 검소하다. 위엄이 있으면서도 아기자기하다.

근정전 앞에 서면 '과연 나라님이 사시던 궁궐은 다르구나' 하는 느낌이 든다. 또 어느 한 구석인가 친숙한 느낌이 든다. 친숙함도 종류가 있을 텐데, 경복궁에서 느끼는 친숙함은 '인간적 범위 내에 머문다' 같은 것이다. 바로 검소함의 미학이다. 검소하다 보니 아기자기해졌다.

이런 양면성이 바로 경복궁 미학의 핵심이며 그 속에는 매우 소중하고도 깊은 뜻이 담겨 있다. 둘째, 경복궁이 탄생하게 된 정신적·미학적 배경이다. 그것은 경복궁이 '예'로 세운 궁궐이라는 점이다. 경복궁의 위엄과 기품은 '예 정신'과 '예 미학'에서 나온다. 경복궁에는 '예 정신'과 '예 미학'이 스며들어 배어 있다. '예 정신'은 고려 말 나라의 한계 상황을 극복할 정신 가치로 선정돼 조선 건국을 이끌었다. 경복궁도 마찬가지여서 '예 미학'은 경복궁 탄생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 책은 8부로 구성됐다. 제1부는 경복궁 창건과 관련된 역사적 내용으로 그 가운데에서도 특히 내사산과 외사산을 중심으로 한 자연환경이 경복궁의 건축적 조형 의식에 녹아든 내용을 중점적으로 다뤘다.

제2부는 문(門)에 관해 집중적으로 다뤘다. 경복궁에는 유독 문이 많은데 이것의 배경이 된 '주례' 동관고공기의 오문삼조 규정과의 관계에 대해 연구했다.

제3부는 경복궁의 배치 구성에 관한 해석으로, 축과 동심원의 두 가지로 요약해서 연구했다. 오문삼조와 경복궁 전체를 함께 보아 건축 구성으로 환원하면 축 구성과 동심원 구성이 되며 궁극적으로는 이 둘의 조화가 된다. 축 구성과 동심원 구성이 동아시아 역사에서 갖는 의미를 추적한 뒤 이 둘의 조화가 갖는 여러 상징적 의미를 미학 사상으로 정리해서 해석했다.

제4부는 조화의 미학이다. 동아시아의 조화의 미학 가운데 경복궁에 해당되는 것을 골라서 적용·해석했다. '화-인-예', 중화, 중용, 강유상제, 청탁상제 등이 대표적인 예다.

제5부는 '주례'와 성리학이다. 둘은 조선 건국 전반을 이끈 책과 사상·학문이었으며 경복궁에 미친 영향도 절대적이었는데 그 내용을 추적해서 해석했다. 경복궁은 수기치인을 내걸었던 성리학을 반영한 하나의 작은 이상국가였다.

또한 역성혁명을 이끌었던 신진사대부가 온 세상에 자신들의 예학 이상을 공포한 예절 교과서였다.

제6부는 법치와 예치다. 조화의 미학과 성리학적 배경의 구체적 예로 법치와 예치의 조화를 들어 그 내용을 살펴보았으며 이것이 경복궁에 반영된 내용을 추적·해석했다.

제7부는 세종과 경복궁이다. 법치와 예치의 조화에 대해 특히 많이 고민했던 순자와 세종의 사상이 경복궁 건축에 끼친 영향을 중점적으로 다루었다.

제8부는 오문삼조의 중심 영역 다섯 곳인 광화문-흥례문, 근정전, 사정전, 강녕전, 교태전의 건축적 특징을 살펴보았다. 각 영역이 갖는 기본적 기능이 사상과 어떤 관계에 있는지 해석했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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