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선택은 '심고원려' 닮은꼴 두 사람 '배수의 진' 대권 염두한 창과 방패의 싸움

▲ 김정모 서울취재본부장
김부겸 전 국회의원이 도전하는 내년 4월 총선(대구 수성갑)에 김문수 전 경기도 지사가 끝내 출마를 할 것인가? 전국적인 관심사항이다.

김 전 지사는 1996년 15대 총선에서 샛별처럼 정계에 등장했다. 전설적인 노동운동가 출신이 민중당에서 여당(신한국당)으로 입성한 것. 혁신계에서 보수당으로 '전향(轉向)'이다. 3선 의원을 거쳐 경기도지사에 재선됐다. 종합행정을 경험한 여당의 와룡이다.

김 전 지사의 이번 대구행은 의외다. 그동안 가시밭길을 일구어 온 모습과 다르기 때문. 96년 전향은 좌파가 놀랐지만, 이번엔 우파와 수도권이 놀랐다. 그의 처지에서 보면 대구경북(TK) 선택은 심고원려이기도 하지만, 쉽게 금뺏지를 달아온 '이지고잉(easy going)'족인 대구 국회의원들의 꼼수의 결과가 아닌가 싶다. 그는 최근 "(김부겸에) 대적할 사람이 없어 김무성 대표나 유승민 원내대표, 대구지역 의원들이 모두 (출마를) 좋다고 했다"고 말했다.

김부겸 전의원은 상황에 따라 주가가 급등할 수 있는 잠룡이다. (소)민주당에서부터 신한국당과 합당해 한나라당, 독수리5형제와 함께 탈당 신당 추진, 새정치민주연합까지 곡절 속에서도 그는 정치비전과 시대정신을 끈질기게 부여잡았다. 2012년 총선에서 야당불모지에서 40.4%를 얻었고, 지난해 대구시장 선거에서 여당 후보를 바짝 추격했다. '스토리'가 만들어지고 있다.

진정성이 넘쳤던 두 김 씨는 청년기와 문패가 닮은꼴이다. 학생운동, 사회운동을 한 점에서 청년기의 정체성은 유사했다. 영천, 상주 출신이자 고등학교 대학(경영학과와 정치학과) 동문이다. 내년에 실제나이도 예순중반과 초반으로 중후한 육십 대다.

김 전 지사가 대통령후보가 되는데는 TK의원이 약이다. TK의 표 흐름은 개별성보다는 집단성이 높아 몰표가 가능하다. 그러나 본선에서는 독이다. 서울의 정치 1번지나 야당 대표급이 있는 지역구에서 건곤일척의 승부를 해야 한다. 살기 급급하기보다는 죽을 여유가 있는 자에게 하늘은 돕는다.

김 전 지사는 먼저 응전장을 던진 강은희 비례 국회의원과의 지역구 경쟁 관문을 거쳐야 한다. 두 김 씨가 총선에 맞붙으면 그 결과는 대권 구도에까지 미친다. 김씨가 지면 정치생명은 다하고, 이기면 당내 대권후보 경선이 해볼 만하다. 또 다른 김씨가 지면 권토중래하여 차차기를 도모해야 하고, 이기면 차기 대권후보로 부상한다.

두 김 씨도 약점은 있다. 김씨는 수도권 규제완화를 추진했다. 이는 경상도와 전라도의 상대적인 피폐를 가져오는 것이기에 남부지방 사람들은 '사약'으로 여긴다. 또 다른 김씨는 망국적인 지역감정을 개발한 DJ세력이 다수인 새정치민주연합에 몸담고 있으며 지역할거주의 타파를 외치는 모순논리를 펴고 있다.

1987년 13대 대선에서 시민들이 민주주의자 김영삼이냐, 대구사람 노태우냐를 놓고 입씨름했던 적이 있다. 두 김 씨의 정치운명이 달린 대구수성의 '구성대전(邱城大戰)'. 위의 조조 군과 촉오의 유비손권 군이 붙은 적벽대전이나, 스파르타와 아테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에 비유할 수 있다. 두 김 씨가 창과 방패의 논리를 어떻게 벼르느냐에 따라 승부는 엇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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