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수교 50주년을 기념하여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한국 외교장관으로서는 4년 만에 지난 21일 방일했다. 이번 방일을 통해 한일 간의 골 깊은 문제인 위안부 문제와 일본 내 조선인 징용시설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문제 등 여러 양국의 현안에 대해 큰 진전이 있을 거라 기대된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이번 방일을 '협상의 마지막 단계'라고 언급한 뒤 그 기대감은 한층 고조됐다. 그러나 아직 양국의 태도, 특히 일본의 태도를 보았을 때 이는 섣부른 기대인 것처럼 보인다.

일본 '닛케이 신문'에 따르면 일본은 한국에게 주한 일본 대사관 앞 소녀 동상 철거, 이번 협상이 타결될 시 마지막이라는 보증 등을 요구하고 한국은 일본에게 아베 신조의 이름으로 사죄할 것, 일본 정부 예산으로 배상할 것에 대해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요구에 양국 간의 온도 차가 발생하는 이유는 일본의 과거 행적에 따른 서로 간의 인식 차이 때문일 것이다. 일본의 입장에서는 지난 1993년의 고노 담화, 1995년 무라야마 담화를 통해 정신적 사과가 이뤄졌으며 1965년 한일 기본 조약을 통해 경제적 보상이 이뤄진 셈이다. 특히 한일 기본 조약 체결 당시, 한국은 경제적 지원을 받는 조건으로 배상청구권을 포기하게 된다.

이 조약 때문에 한국은 법적으로 일본에게 경제적 보상을 요구하지 못한다. 일본 역시 위안부 문제는 청구권 협정으로 해결되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국제사회가 국제법만으로 지속되는가. 사회를 이루는데 오직 법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도덕 역시 중요한 기능을 한다. 한일 기본 조약 체결 당시 3억 달러의 무상 지원과 5억 달러 가량의 정부·상업 차관을 지불한다고 했을 뿐, 당시 지원이 사죄의 의미라는 조항을 찾아볼 수 없다. 일본 측에선 국민들에게 보상이 한국의 독립 축하를 위해 이뤄졌다고 전했다. 또한 아베 신조 정권 들어서 과거 고노 담화의 내용 일정 부분을 수정하려는 의도를 보이는 등 아직 도덕적으로 진정성 있는 사과가 이뤄졌다고 보기 힘든 게 사실이다.

박 대통령은 이번 방일을 통해 정상회담을 개최함으로써 위안부 문제 등을 논의하길 바란다고 하는 등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반면 일본 아베 신조 총리는 윤병세 장관의 방일 이후 내각의 의결 없이 총리 개인의 담화를 발표하고 잘못을 직접적으로 인정하는 표현은 기피할 것이라고 한다.

4년만의 외교장관 방일은 그 자체로 의미 깊은 일이고 한일 양국 관계에 돌파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방일이 그저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더 큰 의미를 가지기 위해서는 한국의 노력뿐만 아니라 일본 현 정부의 소극적 태도 변화를 비롯하여 본인들의 과거 역사에 대한 도덕적 책임감이 필요하다. 일본은 또렷한 과거의 사실을 왜곡하고 기피할 것이 아니라 법적·도덕적 책임을 지고자 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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