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들 부담 덜어주려 자원 SK전 3안타로 연승 견인 삼성 톱타자 징크스 해결사

▲ 삼성 라이온즈 박한이 선수.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타순별 타율을 살펴보면 이례적인 결과가 나타난다.

가장 취약한 타선이 1번이다. 올 시즌 삼성 1번타자 타율은 0.217이다. 1∼9번 타순 중 가장 낮다.

일반적으로 가장 약한 타자를 배치하는 8번의 타율이 0.306, 9번타자 타율은 0.274다.

10개 구단 중 1번타자 타율이 가장 낮은 팀이 삼성이다. 그만큼 '톱타자 선택'은 올 시즌 내내 삼성 더그아웃의 화두였다.

주로 '강한 2번타자' 역할을 하던 베테랑 박한이(36)이가 1번타자를 자원했다. 17일 대구 두산 베어스전부터 삼성 1번타자로 나선 박한이는 이후 4경기에서 18타수 4안타(0.222) 5득점 2타점을 기록했다.

시즌 초 3경기에서 임시 1번타자로 나선 기록을 합해도 1번타자 타율은 0.222(27타수 6안타)

시즌 성적(타율 0.317)에 비해 타율이 많이 떨어지지만 희망적인 부분이 보인다. 경기 수보다 득점이 많았고, 21일 SK 와이번스와 경기에서는 1회 선취득점을 하고 7회 결승 홈런을 치는 등 5타수 3안타 2득점 2타점을 기록했다.

박한이는 앞서 1번타자로 나선 타자들보다 '톱타자'의 무게감에서 자유롭다.

삼성은 올 시즌을 시작하며 외국인 타자 야마이코 나바로를 1번타순에 배치했다. 지난해 25도루, 31홈런을 기록한 '적극적인 1번타자'의 모습을 기대했다.

그러나 나바로는 장타력은 여전했지만 출루율이 현저하게 떨어졌다. 류중일 감독은 큰 스윙으로 일관하는 나바로는 중심타선으로 보냈다.

이후 류 감독은 박해민, 김상수 등 주력을 갖추고 견고한 타격을 하는 젊은 선수를 1번타자로 내세웠다.

그러나 잘 치던 선수도 1번타순에 배치되면 성적이 뚝 떨어졌다. 류 감독은 "심리적인 압박감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박해민은 1번타자로 나설 때 타율 0.147(34타수 5안타)로 고전했고, 김상수도 0.213(47타수 10안타)으로 1번 자리를 버거워했다.

결국, 삼성에서 안타를 가장 많이 친(개인통산 1천870개) 박한이가 해결사로 나섰다.

박한이는 "후배들이 너무 부담을 느끼는 듯해서 코칭스태프께 '내가 1번타자를 하겠다'고 말씀드렸다"고 했다.

18일 두산전과 19일 SK전에서 무안타에 그치면서 박한이는 "괜히 1번타자로 나선다고 해서 팀에 폐를 끼치는 게 아닌가"라고 걱정했다.

하지만 1번타순에서도 박한이의 꾸준함은 사라지지 않았다.

박한이는 21일 SK전에서 3안타를 치면서도 부담감을 떨쳐냈다.

류 감독도 1번타자에 대한 고민을 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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