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포항문학'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최부식 시인의 첫 시집 '봄비가 무겁다'가 발간됐다.

노동자, 이민자, 어부, 재래시장의 사람들, 늙은이, 다문화가정 등 소외되고 연약한 사람들을 향한 시인의 간절한 시선은 쓸쓸하고 깊다. 시인이 사회적 약자들의 삶을 조용히 필사하는 것은 그 따뜻한 품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시를 통해 사회에 참여함으로써 그들과 함께 이 부박한 시대를 건너가기 위해서다.

수사적 기교를 자제하며 세계 비극까지 그대로 끌어안음으로써 우리를 돌아보고, 시를 통한 연대를 꿈꾸는 것이다.

적극적으로 이 세계를 반영하려는 의지와 울림이 큰 서정의 옷을 입은 시인의 시는 아프지만, 애잔함과 넉넉한 따사로움이 덧입혀져 정겹다.

동시대를 사는 착하고 선한 사람들의 향기가 진하게 묻어나는 '봄비가 무겁다'는 삶을 긍정하고 살아가게 하는 힘으로 가득하다.

시집 '봄비가 무겁다'에는 장소에 관한 심상이 유난하다. 그곳은 죽천 바다, 울릉도, 법성포구, 청진항 등 우리나라의 어디이기도 하지만, 더러는 중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모로코 등 세계의 변방으로 흩어진다. 그런데 그 중심에는 언제나 '달의 싹 틔우는 푸른 바다 한가운데/별빛 엮어 둥지 튼 어미닭'(월아(月芽) 바다)으로 읽히는 영일(迎日)의 바다가 펼쳐져 있다.

부박한 시대에 무겁고 울림이 큰 서정의 옷을 입히는 그의 시 쓰기는 애잔함과 넉넉한 따사로움이 더해져 정겹다. 그의 시에는 수사적 기교보다는 함께 살아가는 착하고 선한 사람들의 향기가 진하게 묻어있다.

현재 포항문인협회, 한국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최부식은 현재 포항문예아카데미 원장과 포항MBC 편성제작센터 PD(국장)로 재직하고 있다.
남현정 기자
남현정 기자 nhj@kyongbuk.com

사회 2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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