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삼성병원 감염 본거지 韓, 의료선진국 위상 추락 보건부, 낡은 시스템 개선 필요

▲ 이종욱 사회부장
지난 5월 중동을 다녀온 60대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확진판정을 받은 이후 우리나라 전역이 한달넘게 메르스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다행히 6월말로 접어들면서 확진환자가 줄어들고, 확진자중 치료를 받고 완치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6월 초순의 공포에서는 벗어났지만 여전히 생각지 못한 확진자가 나와 긴장의 끈을 놓기가 어렵다.

특히 이번 메르스 사태이후 우리 정부의 안일한 대응태세와 우리나라 의료체계상의 문제, 국민들의 의식문제 등 모든 측면에 있어서 대한민국의 위상이 곤두박질 쳤다.

한국 최고의 의료시스템을 갖췄다고 자부해 온 삼성서울병원이 2차 감염의 본거지화됐는가하면 전국의 내로라하는 병원들중 상당수가 감염병 상황에서 얼마나 취약한 지 여과없이 보여줬다.

이번 상황이 생전 처음접한 바이러스감염에 대한 준비가 전혀 돼있지 않았었다는 점에서 1차 감염지인 평택성모병원까지는 이해의 폭을 넓혀줄 수 있다.

그러나 메르스 감염이 확진된 이후부터는 보건복지부는 물론 모든 의료기관들이 위기감을 느끼고 대비했었어야 했지만 어느 곳에서도 그런 모습을 보여준 곳이 없었다.

결국 다른 병을 치료하기 위해 갔다가 오히려 병을 얻어 나오는 형상이 되고 말았다.

보건당국이나 의료기관들이 이러했으니 메르스를 대하는 국민들의 의식 역시 공포에만 떨었지 그 행태는 별반 다르지 않았음은 말할 것도 없다.

1차 감염자를 시작으로 그동안 확진판정을 받은 일반인중 2~3개의 병원을 다닌 것은 기본이고, 5~6개의 의료기관을 찾은 사람도 있다.

1·2·3차 병원을 거쳐야 하는 우리 의료체계상의 문제도 있지만 병이 나면 병명이 나올때까지 이 병원, 저 병원을 찾아다니는 국민적 정서도 한몫을 했다.

여기에 의료진들의 말보다는 자신의 판단을 더 믿는 행태는 더 큰 문제를 일으켰다.

메르스 10번 환자는 지난 5월 16일 메르스 1번환자로부터 전염된 아버지(3번환자)를 병문안한 뒤 26일부터 고열증세를 보여 의사의 검사 및 출장연기 권유에도 불구하고 중국 출장에 나섰다가 낭패를 당했다.

또 14번 환자 역시 확진판정 전에 심한 기침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병원 곳곳을 마구잡이로 헤집고 다니며 병을 옮기는 원인을 제공해 슈퍼전파자란 오명을 뒤집어 썼다.

미국 뉴욕타임즈는 이를 빗대 북한군이 김정은에게 '메르스 때문에 탈북자가 되돌아 오고 있다'고 보고하는 비아냥 섞인 만평을 내보냈다.

결국 메르스로 인해 의료선진국이라며 의료관광자원화까지 추구해 오던 대한민국의 위상이 땅속으로 추락하는 사태로 이어졌다.

따라서 우리는 눈앞의 메르스를 퇴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지난 수십년간 낡고 곪아터진 보건의료행정과 의료시스템, 국민의식까지 되짚어보고 고쳐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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