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해양경비안전서 P-93호정 탑승기…인명구조·선박 검문검색 완벽 수행

▲ P-93호정에서 해경들이 해상인명구조훈련 및 선박검문검색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누가 뭐라해도 경찰관이니까 책임감을 느낍니다. 이제 막 8개월이 지난 막내 아들 사진을 보며 부끄럽지 않은 아버지가 되려고 합니다."

지난 22일 오전 8시 45분 해양경찰의 해상활동을 동행취재하기 위해 포항해양경비안전서 소속 P-93호정에 올랐다.

포항시 남구 송도동 해양경찰 전용부두에 정박한 P-93정은 이른 아침부터 출항준비를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기관실에서 출항준비에 구슬땀을 흘리던 이정도(35)기관사가 바쁜 와중에서 휴대폰 바탕화면에 깔려 있는 부인과 세아들이 함께 찍은 가족사진을 보여주며 "부끄럽지 않은 아버지가 되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P-93정은 길이 28.7m·너비 5.4m에 불과하지만 2개의 워터제트 엔진을 갖추고 최고속도 30kts(약 55㎞)로 달릴 수 있는 최신예 소형함정이다.

윤태공 정장을 비롯 9명의 승조원들은 출항시각이 다가 오자 막바지 출항준비를 하는 한편 해상상황을 점검했다.

이날 기상상황은 시정이 약 1마일로 좋지 않았지만 남동풍이 초속 4~6m, 파고 1m에 불과해 운항에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오전 9시 정각 해경부두에서 출항한 P-93정은 영일만으로 방향을 잡았다.

이날 P-93호정에는 해상인명구조훈련 및 선박검문검색 임무가 주어졌다.

취재기자로 입사해 처음으로 해양경비정을 타본 나로서는 일찌감치 설렘이 가득했지만 막상 배가 출항하자마자 문제가 일어났다.

생전 처음 타보는 경비정이 부두를 벗어나 영일만으로 진입하자마자 심하게 흔들리기시작했고, 빈속이었던 탓인지 배멀미가 올라오기 시작한 것이다.

선실에서 버티던 기자는 결국 참지 못하고 화장실로 달려가 조금전 마셨던 믹스커피까지 올리고 말았다.

하지만 윤태공정장을 비롯한 9명의 해경들은 모두가 자신들의 위치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그리고 9전 15분 조타실에서 지휘하던 윤태공정장이 마이크를 통해 훈련시작을 지시했고, 항해장과 기관사·순경·의경 2명으로 구성된 인명구조팀이 선수갑판으로 나갔다.

이어 고무모빌을 모의 익수자로 해상에 던진 뒤 훈련매뉴얼에 따라 김정섭 수경이 '우현방향 익수자 발견'이라고 외치며 급박하게 손을 흔들었다.

김수경의 보고를 들은 윤태공정장은 즉시 '양현 정지'를 지시했고, 기관장이 복명복창과 함께 엔진 출력바를 내렸다.

임병직 항해장이 '우현 20m부근 익수자 발견'이라고 외치자 주덕규 순경(25)이 '익수자쪽으로 다가가고 있음!'이라고 외쳤다.

배가 모의 익수자 가까이 접근하자 또다른 수경이 '구명부환을 던지겠음!'이라고 구호를 외치며 구명부환을 던졌다.

뒤이어 '익수자 구명부환을 잡았음!'이라는 보고와 함께 익수자를 인양하는 데 성공한 해경은 곧바로 '익수자 동공 맥박 의식을 확인하겠음!'이라며 신체상태 파악과 함께 익수자의 코를 막고 목을 들어올린 뒤 인공호흡에 들어갔다.

인명구조팀은 훈련시작 명령이후 익수자를 구해 응급처치까지 일사분란한 구조활동절차를 선보이며 훈련을 마쳤다.

그렇게 훈련을 마친 P-93정은 영일만을 벗어나 구룡포 앞바다쪽으로 운항하기 시작했고, 오전 11시께 구룡포 앞바다에서 문어를 잡고 있던 '대공호'에 접근해 어업면허증을 확인한 뒤 불법어업행위를 하지 않았는지 살폈다.

특히 전국을 강타한 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방지를 위해 어부들을 대상으로 체열체크를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윤태공 정장은 "해양경찰 본연의 업무인 인명을 구조하고, 연안해상경비와 치안업무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힘들 때도 있지만 경찰이라는 사명감으로 국민안전 사고예방을 위해 만전을 기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오후 1시 30분께 기자가 뱃멀미를 이기지 못해 누웠다 화장실에 가서 토하기를 반복하며 지쳐가자 P-93정은 결국 당초 예정보다 2시간가량 빨리 뱃머리를 돌려 해경부두로 입항해 기자를 내려준 뒤 다시 바다로 나갔다.

그러나 9명의 해경들은 입항할 때도 출항할 때와 마찬가지로 자신들에 주어진 책무를 수행하기 위해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비록 지난해 세월호 침몰사고이후 많은 역정을 겪어야 했지만 오늘도 우리의 바다를 지키기 위해 뜨거운 열정을 불태우고 있을 해양경찰들이 믿음직 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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