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문화복지·경제활성화 사업 집중 '잘 살고 행복한 마을' 초석 마련해야

▲ 지난 8일 경주시청에 월성1호기 계속운전 관련 지역발전 상생협력 합의서 체결식이 열렸다.
지난 2월 26일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2022년까지 계속운전을 허가받은 월성원전 1호기가 지난 23일 오후 2시 발전을 재개했다.

이로써 2012년 11월 운영허가 기간 만료로 발전을 멈춘 월성1호기가 946일 만에 전력 생산을 시작하게 됐다.

우리나라 최초의 가압중수로형 원전으로 설비용량 67만9천kw인 월성1호기는 1983년 4월 상업운전을 시작해 2012년 11월 설계수명 30년이 끝나 가동이 중단됐다.

한수원은 설계수명이 끝난 월성1호기 운전을 10년 연장하기 위해 2009년 12월 원자력안전위원회에 계속운전을 신청했다.

월성1호기 계속운전과 관련해 지역주민 대표기구인 동경주대책위원회와 경주시, 한수원은 지난 8일 지역상생 협력 기금 1천310억 원 지원을 합의했다.

지원금은 양남면, 양북면, 감포읍 등 월성원전 주변지역과 경주시내권에 일정 비율로 나눠 지원키로 했다.

특히 최인접 지역에 110억 원을 배분함에 따라 원전을 바로 끼고 있는 양남면 나아리·나산리, 양북면 봉길리 3개 마을을 특별 배려했다.

하지만 1천310억 원에 이르는 지원금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지역 운명이 결정 될 것으로 보인다.

지역별 나눠먹기 식이나 힘 있는 소수를 위한 사업 추진에 사용된다면 오히려 지역 갈등만 부추킬 수 있다.

지역상생 지원금은 공정하고 투명하게 집행돼 잘살고 행복한 마을을 만드는 데 일조 해야 한다.

▲ 월성누키봉사대원이 지역 어르신에게 카네이션을 달아드리고 있다.

△지원금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지역운명 결정

1천310억원의 지역상생 지원금은 주민소득증대, 일자리 창출 등 경제활성화 사업과 주민 복지·문화사업 등에 집중해서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지원금이 원전 주변지역을 경제·복지수준이 높은 '잘살고 행복한 마을'로 만들기 위해 쓰여야 한다는 것은 지역민 모두가 공유하고 있다.

대규모 사업이 가능하고 주민소득, 일자리 증대, 복지 등 적정사업 카테고리를 이미 결정한데다, 지역경기를 살리려는 지역주민이나 한수원의 의지가 크기 때문에 이번 지원금이 지역발전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매우 높다.

비록 한꺼번의 대규모 지원은 아니지만 월성원전이 들어선 후 그동안 약 3천억 원 규모의 각종 지원금(지역지원사업, 사업자지원사업 등)이 풀렸다.

하지만 지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지원사업이 많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마을별로 길을 닦거나 혜택이 일부에게만 돌아가거나 실효성이 부족한 사업집행도 많았다.

되풀이되는 실패를 하지 않기 위해 지역주민들과 한수원이 힘을 모아 지역을 살릴 수 있는 좋은 사업을 발굴하고 철저한 사업관리 등을 통해 지역의 상생발전을 위한 좋은 사례가 돼야 한다.

더구나 각종 사업의 결정이 공정하지 못하거나 집행이 투명하지 못하면 지역발전이 아니라 지역갈등을 유발할 수도 있다.

계속운전 협상과정에서 가장 먼저 지역별 합의를 결정한 양북면의 경우 가장 발 빠르게 지역발전을 위해 사업아이템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원전사업 각종 지원금의 장·단점

원전 주변지역에는 적재적소에 쓰이면 주민복지가 확대되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등 지역발전 기폭제로 활용될 수 있는 사업자지원사업 등 각종 지원금 혜택이 많다.

양남 주상절리와 연결된 읍천항은 바닷가 벽화마을로 조성돼 경주의 신관광지로 부상하면서 관광객이 몰리고 있다.

벼건조장 건립과 농기계 임대시설 등도 만들어지면서 지역경제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최신 복지회관이 건립되고 소외계층 주택 개량사업과 독거노인 반찬배달 등의 주목 받는 사업 시행으로 원전 주변지역 복지 수준을 높였다.

그러나 원전 주변지역 각종 지원금은 장점만큼이나 그로인한 지역갈등을 유발하는 문제점을 노출시키 고 있다.

타지역의 경우 지자체 예산으로 집행되는 행정의 영역을 지원금으로 대신 지출하거나, 주민 개개인이 체감하는 사업이 많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주민 입장에서 지원금은 먼저 타가는 사람이 임자라는 생각으로 사업성과나 공익성, 지역발전 등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사업이 선정만 되도록 사업계획서 등을 포장하는 경우도 일부 있다.

대다수 주민이 혜택을 보는 사업 보다는 소수가 주축이 돼서 사업신청을 하는 경우 몇몇이 사업비를 독점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주민들간 이해관계가 첨예화돼 지역갈등이 깊어지는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또 사업선정을 위해 정치인 등의 각종 인맥을 활용해 한수원에 압력을 행사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이도저도 어려울 경우 원전운영이나 안전성을 문제삼아 원전과 지역주민의 갈등으로 알려지도록 여론을 조성하기도 한다.

억지스런 민원도 시위나 농성 등을 하면 해결할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이 지역내에 팽배해 있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 지원금 집행에서 절대 피해야 할 것

계속운전 지원금을 놓고 동경주 지역의 경우 62개 각 마을별로 사업비를 나누는 것에 대한 논의가 일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원금이 잘게 나눠지면 실효성 있는 대규모 사업은 불가능하게 되고 대규모 지원금이 봄눈 녹 듯 사라질 수 있다.

소수의 지역주민들이 모여 법인을 만들거나 이익을 소수에게 환원하는 사업은 지역갈등의 폭탄으로 작용할 수 있으므로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들어야 한다.

사업은 크게 하고, 이익금은 마을별 또는 읍면별 주민단체 재산으로 환원해야 한다.

주민들을 위해 어떤 사업을 하느냐의 문제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사업을 어떻게 추진하고 관리하느냐 이며, 관리가 안되면 사업아이템이 아무리 좋아도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지역발전을 위한 방향은?

주민소득증대나 일자리 창출을 통한 주변지역 경제 활성화 사업은 최대 과제이며, 이를 위해 다수 주민이 일자리를 통해 참여할 수 있고 이익은 지역주민 모두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환경인프라 개선 사업 등을 통해 주민 복지 수준을 높이고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최고수준 복지 마을, 소외계층을 돌보는 행복한 마을 만들기에 집중해야 한다.

이번 지원금의 최대 목적은 주민다수가 참여하는 일자리 창출사업발굴이며, 사업에서 벌어들인 수익은 읍면별 마을 재산으로 활용해 부자마을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마을별로는 협동조합이나 사회적 기업 형태의 마을기업으로 운영해 공적 기관의 감독아래 투명하게 사업 진행하면 장기적 성과도 기대할 수 있다.

노인의료요양원 건립 등 노인복지 수준을 높이는 사업에는 지역여론이 어느 정도 모아져 있는 상태로 알려졌다.

마을별 노인공동숙소 건립, 노인여가·교육 목적의 노인복지회관 건립, 요양원 건립 등으로 노인복지에 우선적으로 지원하는 게 주민 체감도를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지역의 미래를 위한 어린이·청소년을 위한 복지 사업은 소홀할 수 없는 게 현실이기 때문에 교육에 대한 관심과 투자도 필요다.

현재 월성원전에서 진행하고 있는 장학금 지원, 영어연수 실시, 멘토링 및 방학 특별교육(아인슈타인프로젝트) 등을 더 강화할 필요도 있다.

이럴 경우 주변지역 교육의 수준을 높일 수 있고 대학교까지 전액 무료 교육이 가능한 최고 교육복지 지역이 될 수도 있다.
황기환 기자
황기환 기자 hgeeh@kyongbuk.com

동남부권 본부장, 경주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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