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현술 동국대 농업안전 보건센터장

E형 간염은 E형 간염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발생하는데 사람은 바이러스에 오염된 물이나 음식에 의하여 전파되며 돼지 등 동물은 물, 음식, 분변을 통해 전파된다. 인도와 중남부 아시아, 중동, 북서부 아프리카 등 위생상태가 불량한 저개발국가에서 대규모 유행을 일으키기도 한다.

국내에서는 유행지역으로 해외여행을 갔던 사람에게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으나 여행경력 없이 산발적으로 발생하는 사례가 보고돼 국내에 토착화의 가능성이 높지만 감염경로에 대한 규명은 드물다. 2010년 50세 남자가 지리산에 서식하는 멧돼지의 담즙을 섭취한 후 급성 E형간염이 발생한 인수공통감염병 사례가 발표됐다. 2012년 국내 도축작업자와 부산물처리자 1천883명을 대상으로 E형 간염에 대해 조사하니 33.9%인 639명이 E형 간염바이러스에 노출됐으며, 이 중 3명은 E형간염에 감염돼 있었다.

E형 간염바이러스는 15~64일 간의 잠복기를 거치고 초기에 황달이 나타난 후 식욕감퇴, 메스꺼움, 구토, 복통, 흑색뇨, 관절통, 발진 등의 증상이 생긴다. 바이러스에 오염된 음식을 섭취한 후 4주, 황달 발생 후 2주 정도 대변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되며 병이 진행되면 환자의 50% 정도는 발열과 간의 크기가 증가할 수 있다. 대부분 불현성 감염으로 증상없이 앓는 경우가 많으며, 만성 간염으로 진행 되지 않고 장기간 균을 보균하지도 않는다.

E형 간염은 혈청 속에 E형 간염바이러스에 의해 생긴 항체를 검사하거나 E형 간염바이러스를 직접 검출하여 진단할 수 있다. 치료 방법은 특이 치료법이 없어 대증요법으로 치료한다. 대부분 합병증 없이 자연 회복되지만 환자 중 1~2% 정도 사망할 수 있다. 임산부가 감염되면 전격성 간부전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치사율이 20%에 이르고 30% 정도가 유산되므로 임산부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E형 간염바이러스는 높은 염도와 냉동과 해동이 반복되는 환경에서 살 수 있지만 열에는 약하다. 그러므로 익혀 먹으면 예방이 가능하다. 덜 익힌 돼지고기의 섭취를 피하고 음식을 충분히 익혀 먹고 물은 끓여 먹거나 정수해 먹어야 한다. 멧돼지의 간을 생으로 먹는 사람이 있는데 반드시 익혀 먹어야 한다.

유행지역 여행할 경우 야생동물 고기나 비위생적인 식수와 음식을 피하고 식사 전과 배변 후 손을 씻도록 한다. 여행을 다녀와서 증상이 있다면 병·의원에서 진료를 받아야 한다. 도축 등 가축을 다루는 고위험군은 위생관리와 보호구를 철저히 착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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